미 그레그 주한대사 내정에 한국인들 착잡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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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대통령 행정부가 중앙정보국(CIA)출신의 도널드 그레그를 주한미대사로 내정함으로써 CIA를 독재정권들과 동일시하는 일부 한국인들을 분노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그레그 대사가 부시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고 아시아문제에 대해 정통하다는 점이 한미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공개적으로 환영하는 한편 언론이나 야당정치인들은 그레그의 CIA경력이 무역마찰등으로 한미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반미감정을 조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레그는 일부 한국인들에게 국내정치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계속될 것임을 상징하며 또한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미국이 CIA간부직 경력을 갖고 있으며 이란-콘트라사건에 관련됐던 인물을 선택하면서 한국인들의 민감한 감정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을 서운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은 부시의 측근들이 한국인들에 내재된 CIA에 대한 감정을완전히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레그의 임명에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인들이 모두 미국 CIA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일부 정부관리들은 그레그의 대사임명은 미국이 한국관계의 중요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창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그는 아시아 전문가이고 한국을 잘 안다"고 전제하고 "그레그와 부시와의 친근한 관계는 한미안보관계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안전판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무부의 한 관리는 한국인들 가운데는 미국이 아직도 한국을 2류국가로 보고 있다는데 매우 못마땅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