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사설 (5일자) <<<
입력
수정
** 경제의 목표이탈에 대응 ** 지난 3일 열린 11개 경제관련부처 차관회의는 GNP성장률 8%, 국제수지흑자95억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 5%라는 올해의 세가지부면 거시경제 중점목표가운데 그어느 한가지도 달성될수가 없으리라는 진단을 내렸다. 한해의 3분의1이 지나간 다음인 지금에야 이런 비관적진단이 내려졌다는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더욱 답답한일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노사분규등 경제외적인 요인때문에 빚어진것이므로 현재의 경제운용기조를 수정하지는 않겠다고 발뺌하였다는 대목이다. 우선 정부의 당초 경제 진단에는 과학보다 환상이 앞섰던것이 아닌가여겨진다. 과학은 현상을 측정하는데 객관성을 위주로한다. 86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의 12%이상 성장, 82년부터 7년간 계속된 물가의경이적인 안정, 거기에다 87년과 88년의 방대했던 국제수지흑자 이 세가지는철저한 과학적 분석이 없는 곳에서는 안일한 낙관진단이 나오기에 충분한것이었다. 그러나 작년까지 우리경제가 이런 높은 수준의 활기를 가질 수 있었던것은이른바 삼저현상과 그동안의 기술축적, 그리고 사회적 안정 이 세가지에오로지 힘입은 것이었다. 3저현상은 특히 원화의 계속된 평가절상을 비롯하여 석유를 제외한원료가격의 상승등 때문에 증발하여 버렸다.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이같은 요인만으로라도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86-88년의 3견간 대호황을 제외한 80-85년 6년간의 연평균성장률 7.5%보다도다소 밑돌수밖에 없다고 보았어야 한다. 여기에 노사분규, 미국의 과도한 무역압력, 그동안 축적했던 중급 기술력의진부화와 첨단기술의 미정착을 생각하면 아마도 가능한 성장률은 이보다는훨씬 낮춰 잡았어야 했을 것이다. ...... 중 략 ....... 우리가 여기서 바라는 것은 올해 경제의 보다 현실적인 거시적목표를정부가 새로이 마련하는 것이다. 애초에 정한 목표가 틀린것이면 틀린 목표를 그대로 둔채 연행할것이아니라 한시바삐 새 목표를 정해야한다. 힘에 벅차지 않게하되 낙관에 대한 반작용때문에 이번에는 잡아서도안된다. 이에앞서 경제성장 국제수지 물가상승률 이 세가지 목표가운데 가장중심이 되어야할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것이 중요하다. 경제성장률은 사태에 따라서는 4-5%로 잡을수도 있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바라는것은 새로 불어나는 노동력과 기술진보를흡수할만한 성장률, 즉 자연성장률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도별 성장률이 이 자연성장률을 중심으로 하여 다소 변동하는것은 어쩔수 없다. 그러나 물가는 한편 안정의 기반이 흔들리면 그 부정적 영향이경제사회의 구석구석으로 폭넓게 전파되고 그 독성은 매우 오래 간다. 그러므로 거시경제의 목표를 재조정하게 되면 그 촛점을 물가에 두어야할것이다. 이것은 다른 두가지 목표보다 한층 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과학적인 검토를 거쳐 새로이 거시적목표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신속하게 경제운용기조를 고쳐야할것이다. 경제가 목표대로 나가지 않고 병적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경제운용기조를수정하지 않겠다는것은 경제에 대한 정부 역할을 포기하는것과 다름이 없다. 현재의 경제운용기조를 수정하지 않겠다는것은 이 쓴잔을 피하고 싶은감정적 동기에서 나왔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우리경제가 얻은병을 전적으로 경제외적요인 때문으로 돌리는것도틀린것이지만 비록 경제외적 요인때문에 생긴 병이라도 그것을 치료하지않겠다는것은 의사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