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사설 > 모스크바 한-소회담과 국익의 냉엄한 추구

한소 두정부는 오는8월2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최초의 정부대표회담을갖게된다. 한국측에서 김종인대통령경제담당수석비서관을 수석대표로하고 소련측에선마슬류코프연방각료회의제1부의장(제1부총리/경제담당)을 수석대표로하여진행되는 이회담에 한국민의 관심이 높은것은 말할것도 없고 북한및 미국일본 중국으로부터도 뜨거운 시선이 집중되고있다. 우리정부 당국자의말로 미루어 확실한것은 정부측이 소련이 필요로하는소비재 수출및 소련내 필요로하는 소비재 수출및 소련내 자원공동개발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상당액의 장기차관 자본공여방안을 협의하되동시에 차관투자에 대한 은행 정부 보증제도 또 정부간의 투자보정협정과이중과세방지협정에 대한 합의를 얻어내려하고 있다는것이다. 그리고 동구권과의 수교방식을 답습하여 정부는 경협에 병행시켜수교의정서의 합의를 끌어낸다는 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것은 소련과의 경협이 어떤 조건으로 이루어질것인가. 특히 루블화의 국제적 태환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의 무역거래대금의결제, 또 차관 자본공여 규모와 그 상환방식을 어떻게 할것인가하는 문제다. 대다수 우리국민의 입장에서는 소련과의 경협이 아무리 두나라관계개선에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경제에 불이익만을 안기는 식의무역, 우리경제의 능력을 초과하는 투자차관의 공여같은 경협은 바라지않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는 일방적인 생각일지도모르나 국교정상화문제의 진전에 지장이 될 문제는 별로없으리라고믿어진다. 왜냐하면 이미 양국정상이 직접 만났고 그후 정상간의 친서교환으로수교 필요성이 충분히 양해됐을뿐아니라 이번 중부대표간에 회담이열린다는 사실자체가 사실상 외교관계의 시작을 뜻하는것이라 볼수있기때문이다. 지난27일 소련의 극동연구소장 미하링 티타렌코박사는 이러한 견해에부합되는 입장을 표명한바 있다. 한소정상회담이 열리고 이어 한소 모스크바회담이 진행되는등 상황이변화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냉전시대의 경직적인 자세를 고수하리라고생각하는것은 비현실적이라 할 정도가 되고 있다. 아마도 북한도 국제정세의 변화를 조만간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어느 의미에서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할수있다. 최근 미/일 양국에의 접근희망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있는 평양의표변이라든지, 9월에 한국과 열기로한 남북한총리회담이 그러한 변화의조짐인 것이다. 국제적시각에서 한소관계의 진전은 소련이 동아시아의 남단인 한반도전체에 진출한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이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아시아/태평양과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도외교당국은 면밀한 검토와 함께 이에 대응하는 시나리오의 준비도 있어야 할단계가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