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PC 탄생 10주년 맞아

1980년8월 세계정보산업의 거인인 미국 IBM사의 보카 레이턴 공장의조그마한 건물에 1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아콘(Acorn)이란 암호명의개인용컴퓨터(PC)개발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불과 1년뒤인 81년8월12일 IBM은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볼룸등에서그결과를 전세계에 소개했다. 초고속으로 개발한 이것이 개발속도보다빨리 세계컴퓨터역사를 바꿔놓은 이른바 "IBMPC"이다. IBM PC가 탄생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1천만대가 넘는 PC가 보급돼기업등의 사무실은 물론 일반가정에서도 PC를 흔히 볼수 있게 됐다.참여업체가 수만개,연간 시장이 7백억달러가 넘어 PC는 컴퓨터산업에서가장 중요한 분야로 성장했다. IBM으로서는 예측도,원하지도 않았던결과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로터스,시게이트같은 소프트웨어(SW)와 주변기기 분야의무명회사들이 수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회사로 급성장하고마이크로랜드등의 PC판매업체가 부상하는등 컴퓨터분야의 새로운사업영역도 열렸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등이 내놓은 워크스테이션이 급부상해컴퓨터이용구조가 대형컴퓨터중심에서 PC중심으로 바뀐데 이어 클라이언트서버구조로 옮겨가는등 컴퓨터에 관한 거의 모든것이 새로운 차원으로접어들었다. IBM이 처음 선보인 PC는 동작주파수가 4.77메가헤르츠인 인텔의8088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사용하고 주기억용량이 16KB에 불과했다.보조기억장치는 1백60KB용량의 5.25인치 디스켓을 이용하고 표시장치는컬러TV나 별도의 모니터를 이용했다. 지금에 비하면 형편없는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12일 IBM이PC발표 10주년을 맞아 소개한 최신 PC(PS/2 모델90)는 이보다 처리속도가57배,주기억용량 1천배,보조기억장치는 1만배나 향상됐다. 당시의대형컴퓨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IBM PC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PC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때까지PC시장을 석권해오던 애플컴퓨터를 훨씬 웃도는 성능을 지닌데다기술공개에 따르는 참여업체(호환기메이커)의 급증이 큰힘이 됐다. IBM PC의 성공은 개방전략이 가장 큰 요인이다. 초창기에 호환기를 만든컴팩 컬럼비아 코로나 이글등을 특허침해로 제소하기도 했던 IBM은 곧바로자사기술의 확산에 나섰다. 혼자서 독식하기보다는 시장규모의 확대를추구했다. 삼보컴퓨터의 강진구부사장은 "IBM이 매뉴얼에 회로도와 BIOS(기본입.력시스템)의 코드를 공개해 다른 회사가 비교적 쉽게 호환기를 만들수있었다"고 전했다. 그 덕에 8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IBM PC를 상품화한삼보등 국내업체들도 세계시장의 5%를 차지할수 있게 됐다. 그러나 IBM의 기술확산전략은 오히려 제몫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초창기에는 세계시장의 40%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 12%로 줄었다.PC산업의 개척자인 애플이 독자제품(매킨토시)으로 PC분야에서 IBM과비슷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32비트이상의 고성능 PC에서는 컴팩이 IBM을 앞질러 갔고 최근 인기를끌고있는 노트북컴퓨터에서는 도시바등 일본기업들의 독무대다.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호환기업체들도 IBM의 앞마당에서 크게 위세를떨치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C발표 10주년을 맞은 IBM은 그다지 기쁜 표정은 아니다.경쟁이 심한 PC시장에서 만족스런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자력경생정책을 버리고 여러기업과 제휴에 나섰고 PC사업의 동반자격인마이크로 소프트나 인텔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애플과제휴하기도 했다. 이것은 앞으로 PC산업의 기술발전이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대목이다. 특히 음성화상등을 한꺼번에 처리하는다중매체(멀티미디어)기술과 필기체문자인식을 바탕으로한 펜컴퓨터등의실용화가 기대되고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온 IBM 워트슨연구소의 홍세준박사(기획조정부사장실수석임원)는 "앞으로 5년안에 워크스테이션급의 성능을 지닌 펜컴퓨터를음성이나 글씨를 써서 작동시킬수 있는 제품이 실용화될것"으로 내다봤다.이제품은 화상회의에도 활용할수 있고 관련기술은 이미 완성단계에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우리PC산업은 지난10년간 급성장해오다 작년부터 침체국면에 빠졌다.83년 삼보가 첫상품화한데 이어 85년부터 대우통신이 미국 리딩에지사를통해 대량수출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금성사 삼성전자 현대전자등의 국산PC가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으며 모니터등의 주변기기까지 포함한컴퓨터분야 수출이 20억달러에 육박하고있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IBM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술보호와로열티요구가 가중된데다 핵심부품을 대부분 수입하고있어 경쟁력이 떨어져지난해 수출이 큰폭으로 줄었다. 올해들어 다소 회복되고있으나 경쟁력은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보다 크게 뒤져있다. 우리의 PC수출이 연간1천만대수준인데 비해 대만은 연간 2천만대이상의 PC를 수출,세계시장의10%가량을 차지하고 에이서와 같은 세계적인 PC업체를 탄생시키기도했다. 우리PC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기술의 추격이 무엇보다중요하다. 강진구부사장은 미래의 PC는 기존기술과 연계하여 만들수있기때문에 업계는 물론 정부 연구소등이 힘을 모아 꾸준하게 준비해야한다고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