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컴퓨터 연재소설

연재소설을 사상 최초로 게재한 것은 1829년 프랑스의 격주간지 "르뷔 드파리"였다. 특히 H 발자크의 소설이 독자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것을 모방하여 일간신문에 연재소설을 도입한것은 1836년 파리의"라프레스"였다. 그 착상이 인기를 끌게 되자 다른 신문들도 앞을 다투어소설을 싣기 시작했다. 알렉산더 뒤마(대)의"삼총사""몽테크리스토백작"도 이 무렵의 연재소설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연재소설의 발상지인 서유럽에서는 그것이 오히려쇠퇴하고 단편소설이나 콩트등 소품게재로 그 명맥을 잇고 있을뿐이다.연재로 소설이 발표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등아시아지역에 국한되어있다. 한국의 첫 연재소설은 1906년 만세보에 실린 이인직의 "혈의 루"상편이다.그뒤 소설이 신문이나 잡지 지면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되어오늘에 이르렀다. 이광수의 "무정""흙",심훈의 "상록수",김말봉의"찔레꽃",박계주의 "순애보",정비석의 "자유부인",박종화의"임진왜란",최인호의 "별들의 고향"등 인기물들도 연재로 탄생된 것이다. 그동안 인쇄매체에만 의존해 오던 소설연재가 최근 컴퓨터로도가능해졌다는 소식이다. 정보화사회의 물결이 소설의 전파수단에도 밀어닥쳐 왔음을 실감하게된다. 일본의 퍼스컴통신망 월간전문지를 내는 PC VAN이 지난 4월부터컴퓨터망을 통해 오하라 마리코라는 작가가 쓴 공상과학소설을연재함으로써 그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한다. 그보다는 시기적으로 약간 뒤졌지만 지난 1일부터 한국에서도한국PC통신이 코텔(KORTEL)정보서비스망을 통해 복거일의 공상과학소설"파란 달 아래"를 연재로 내보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2011년 남북한에연방제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가상한 이 소설은 2030년대의 달을 무대로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류사회의 변모를 그려나가게 된다. 더욱이 이소설이 연재된 이후 코텔가입자의 3%에 약간 못미치는 4천여명이 접속하고있다는 것은 잠재적 소설독자층을 넓히는데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까지의 신문이나 잡지 연재는 주제 구성 서술형태 창조성 개연성현실성등 소설이 갖추어야할 요건들이 작가의 자의에 의해 일방통행적으로결정되었다. 그러나 컴퓨터 연재는 작가와 독자가 네트워크를 통해의견이나 정보의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재소설사에 획기적인전환점을 가져올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