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한담 >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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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상 전 한은총재는 상고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중앙은행총재를 역임한입지전적인 인물이다. 82년 산업연구원 초대원장,81년 국제경제연구원장을 지내면서 잠시 은행문을 떠났을뿐 평생(23년생)을 은행원으로 일관한 전문금융인이다.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 가짜CD사건등 유달리 금융사고가 빈발했던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의 잘못된 금융관행을 바로잡을 원로금융인의지혜가 듣고 싶었다. 대우재단 빌딩안에 있는 동아시아경제연구원에서 박전총재를 만났다. -동아시아경제연구원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동북아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두만강개발사업과 같은 아이디어도 이연구소에서 처음 나온것입니다. 요즘은 유럽개발은행(EBRD)과 비슷한 동북아경제개발은행을 설립하는문제를 추진중입니다" -기업은행에 계실때 "성장과 발전"이란 저서를 낸일이 있지요. 저명한경제학자인 콜린 클라크가 그책의 서문을 썼다고해서 화제가 됐지요.특별히 구상중인 저서 집필 계획이라도 있으신지요. "지금 당장 단행본을 출간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소에각국의 금리정책에 관심이 많기때문에 금리문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때마다 그때그때 신문등에 기고를 하지요. 얼마전에는 미국의 콜롬비아 대학이 발행하는 콜롬비아 저널이 미국의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내용의 제 기고문을 실은 일도 있지요"-14대 대선이 끝나고 차기정부출범도 멀지 않았습니다. 새정부가 역점을두어야할 경제정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살릴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지요.기업들이 다투어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을 늘리도록 정부가 앞장서기업채산성을 맞춰줘야 합니다. 기업채산성확보라는 측면에서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업들이 사채때문에 허덕일때 8.3조치로 금리부담을 덜어줬고 82년에는 6.28조치를 통해 당시 26%까지 치솟았던 금리를 낮추어주지 않았습니까. 기업의 건전한 발전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금리를 낮추면 기업의욕도 되살아날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우리기업의 생산원가에서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생산원가의 60%는 원료비이고 20%는 임금 나머지 20%가 바로 금리부담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감가상각비같은 관련비용이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지요. 금리를 낮추지 않고서는 활발한 기업활동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일본 독일이 저금리정책을 토대로 경제를 일으킨데 반해 미국이나 영국은고금리때문에 경제전쟁에서 뒤진 것이지요. 지금 선진각국이 고루 저금리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과거 잘못된 금리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단지 독일만이 통일비용 부담에 따른 인플레 우려 때문에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금융인의 시각에서 볼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문제점이 어디에있다고 보십니까. "은행이 은행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봅니다. 어느나라건 은행이 전체 여.수신규모의 80%를 관장 운용하고있지요. 일본이나 독일 미국의 경우 은행이 대부분의 여.수신을 주무르고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수신규모의 33%정도만 은행이 차지하는 실정입니다. 나머지 3분의2는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차지하는 3분의 1도 사실은 이른바 꺾기형식을 통해 유치하는 것이대부분이지요. 그러니 은행에서 제공하는 신용이 경제발전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가 있겠습니까. 단자회사와 같은 제2금융권에서 공여하는 신용은 상당부분 자금용도를 묻지않고 제공되고 있습니다. 제2금융권에서는 어음이나 담보를 갖고 있어 대출금회수에 지장만 없다면 자금용도를 가리지 않고 대출을 해주거든요,하지만 은행의 경우는 다릅니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여신규정에 의해서만 대출하게 되지요 우리경제를 발전시키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려면 여.수신부문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야겠고 은행의 자율성도 확대돼야겠지요" -금년은 대형금융사고가 유난히 자주 일어났던 한해였습니다. 그중에서도은행 지점장 자살이라든가 가짜CD사건 신용금고 거액 불법대출사건등은 우리의 불량한 금융환경때문에 불가피한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금융구조가 왜곡돼 있고 잘못된 금융관행이 시정되지 않는한 금융사고는앞으로도 계속 발생할겁니다. 은행에 예금이 들어오지 않기때문에은행들이 억지로 예금을 유치하려니까 여러가지 부조리가 파생되는것이죠.왜 가짜CD까지 나왔겠습니까. 은행들이 기업으로부터 사채를 인수해주는 대신 기업에 CD를 반강제적으로매각하거든요. 기업은 은행에서 사들인 CD를 제2금융권에서 할인해 쓰니까 금리부담이 가중될수 밖에 없지요.그러다보니 금융사고가 곳곳에서 터지는 거예요. 모든게 정상화돼야합니다" -정상화돼야한다고 강조하시는데 우리실정에 맞는 금융산업 정상화방안은무엇일까요. "예금이 제2금융권에 몰리지않고 은행으로 흘러들어오도록 금융구조를개편해야겠지요. 금융구조가 은행위주로 다시 짜여져야 합니다"-한국은행 총재(80년대중반)시절에 금융 견인차 이론을 내세워 금융이 산업을 이끄는 기관차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경제환경이 80년대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금융 견인차 이론을 수정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입니다.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수출규모를 늘리려면 금융의 힘이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땅이나 아파트 자동차를 구입할때는 손쉽게 대출해 주면서 기업이 생산을늘리고 수출을 증대시키려고 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할때 은행이 이를 외면해서야 종국적으로 나라경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조업이나 수출은 국내 다른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유념해야 합니다. 제조업부문에서 생산규모가 50%가량 늘어나면 운송 통신 광고 도소매에서도 모두 50%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게 되지요.독일의 경우 은행들이 기업주식을 소유하고 있기때문에 기업자금을지원하는데 적극적입니다. 일본도 중앙은행의 규제나 간섭을 통해은행돈이 부동산투기등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있지요" -얼마전 재무부와 한은측이 재할금리 인하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보인 일이있습니다. 우리나라 금리수준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은행 독립문제도짚어주십시오. "우리의 현행 금리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일부에서는 금리를 낮추면은행돈이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언제 기업이돈달라는대로 은행이 기업에 돈을 다 준일이 있습니까. 우리 중앙은행도 과거처럼 정부의 시녀역할만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적절한 범위안에서 독립성을 보장해줘야겠지요. 앞으로 정부는 중앙은행을 존중해야합니다. 정부의 지시를 듣지않는다고해서 인사조치를 하는 식의 구태는 버려야겠지요"-정부는 올해 통화증가율 목표를 18.5%로 잡고 있습니다. 기업들중에는정부가 지나치게 목표율에 집착하는 나머지 시중자금사정을 고려하지않은채융통성없는 통화관리 정책을 밀고 나간다는 비판여론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18.5%도 높은 수준입니다. "꺾기"같은 비정상적인 금융관행때문에 목표율이 18.5%까지 높아지는 것입니다.넘어가는 기업을 지탱하기위한 구제금융은 기본적으로는 금융원칙에어긋나는 일이지요 금리부담을 낮추고 금융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우수중소 기업인이었던 구천수사장을 자살로 몰고간것도 금리부담이 높았던데다 자금배분조차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연간 10억원씩 이자를 부담하는데 기업이 무슨 이익이 나겠습니까. 제1,2금융권간의 금리를 평준화시키고 전체 금리를 낮추게되면 특정부문에 별도로 특혜금리를 제공할 필요도 없어지지요" -금리자유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지구상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금리자유화 조치를 시행중인 나라는없습니다. 85년9월의 플라자회의때 당시 미국재무장관이던 베이커가일본에 대해 금리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했지요 일본의 플라자회의 직후 재할금리를 3.5%에서 2.5%로 낮췄습니다. 영국도 환율이 내려가니까 대출금리를 오전에 2% 오후에 2%씩 낮춘일이 있지요. 일본이나 영국이 금리자유화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모든 국가가 재할인율변동을 통해 시중은행금리를 조정하고 있지요. 자유화하는 척 할뿐입니다" -금융실명제실시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합니다. 실명으로 못하는분야가 많거든요. 금융채 회사채는 실명으로 발행하지 못합니다. 일본은실명제를 5년간 준비하다가 중도포기했지요. 어느나라건 실명제가 "금융원칙"일뿐이지 법으로 정해진건 아니지요. 실명제를 하지말라는 법이 존재한다면 모를까 특별한 제도가 없다면 실명제가 당연한 원칙 아니겠습니까. 프랑스사람들은 "오른손에 마음 왼손에 돈지갑"이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자기재산 공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돈의 음성거래를실명제만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옳지않다고 봅니다"-정부는 현재 3단계 금융시장 개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들도 모두 금융시장을 열어놓고 있는데 우리도 금융구조를정상화시키면서 정상화 과정에 맞춰 서서히 시장을 열어야겠지요"-금융계원로로써 후배 금융인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격언이라도 있으면소개해 주시지요. "사법부가 정의의 최후의 보루이듯이 금융인은 신용의 최후의 보루입니다.금융인은 신용을 생명처럼 여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안심하고재산을 맡길수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