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시설자금 현대만 제외...삼성등 4대그룹엔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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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총재 이형구)이 최근 올해 기업들에 대한 시설자금을 배정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현대그룹만 제외한 것으로 밝혀져 부당한 금융제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산업은행과 현대그룹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기업에대한 시설자금 배정액 4조1천5백억원 중 1차분 2조3천억원을 배정하면서 현대자동차.현대전자 등 현대그룹 계열사는 모두 제외해버렸다. 반면 삼성그룹은 3천억원, 럭키금성그룹은 2천억원의 시설자금을 배정 받았다. 현대를 제외한 삼성, 럭키금성, 대우, 선경 등 5대 그룹의 총시 설자금 배정액은 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지난해 11월 올해 총 6천여억원의 시설자금을 대출해줄 것을 산업은행에 신청했다. 현대는 91년과 90년에는 각각 2천4백98억원과 1천3백98억원을 시설자금으로 배정받았으나 92년에는 정주영 창업주의 정계진출을 계기로 정부와 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설자금을 전혀 배정받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의 시설자금 융자를 거부함에 따라 현대쪽은 올해 주요 투자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4천억원의 시설자금 배정을 요청한 현대자동차는 엑셀 후속 차 종으로 준비중인 `X3카''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전자도 1천50억원의 신청분 전액에 대해 배정을 받지 못함에 따라 16메가디램 반도체공장 신설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에만 유독 시설자금을 일체 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않고 있다"면서 "다른 그룹들 과의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국민당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고 현대중공업의 비자금 유출사건까지 일어나 현대를 1차 시설자금배정에서 제외했다"면서 "최근 정주영 전 국민당 대표의 정계은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추가 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재무부장관 입각설이 돌고 있는 이형구 산업은행 총재가 새 정부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 현대만 제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