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병무청장 재산은폐 의혹...공개직전 20억짜리 저택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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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엄삼탁병무청장이 재산공개를 앞두고 시가 20억원이 넘는 저택을 서둘러 판뒤 매각대금을 재산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엄청장이 안기부 재직 시절부터 `개인 안가''로 써온 저택이 있었던 사실도 밝혀져 재산은폐의혹을 사고 있다. 1일 확인 결과 엄 청장은 안기부 특보시절인 지난 89년12월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33-5 대지 1백65평 규모의 저택을 자신의 개인 안가로 사용해왔다. 이곳의 한 주민은 "3~4년 전부터 엄 청장이 매주 2~3차례 이 집에 들러 침식까지 하는 등 자주 이용했다"면서 "대선 때에는 더욱 출입 빈도가 잦아지면서 임시번호판을 단 안기부 차량들이 계속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또 "이 집에는 가수 등 유명여자연예인들도 자주 드나들었으며 차관급 재산공개 전날인 지난달 26일에는 경북 구미 번호판을단 중형트럭이 와 집안에서 서화와 골동품 등을 잔뜩 들어내 싣고 갔다"고 말했다. 안기부의 한 간부도 "엄 청장이 특보 시절인 89년말부터 줄곧 이 집을개인 안가로 써왔으며 대선 때는 측근 안기부 직원들을 이곳으로 데려가 선거관련 비밀업무를 보았다"면서 "안기부는 자체적으로 공식매입한 안가 이외의 개인 안가는 허용하지 않는데도 엄 청장이 개인 안가를 사용해 안기부 내부에서도 비난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 청장이 이처럼 개인 안가로 써왔는데도 이 집은 등기부상에는 대구에 사는 처남 정아무개(37)씨 명의로 돼 있어 엄 청장이 재산을 분산은닉하기 위해 처남 이름을 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지역의 한 부동산업자는 "89년말 이 집이 매물로 싸게 나와 내가 매매를 중개하려 했는데 안기부 직원들이 중간에서 가로채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안가는 엄 청장이 병무청장으로 취임한 뒤 관리인 2명이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 들러 집 관리상태를 둘러볼 뿐 비어있는 상태이다. 엄 청장은 또 지난해 5월29일 개인 안가에서 50여m 가량 떨어진 이태원동 135-17 대지 1백80평의 주택을 산뒤 재산공개를 앞둔 지난 2월27일 조아무개(54.부산 동구 좌천동)씨에게 서둘러 판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외국대사관 등이 들어서 있는 호화주택가로 땅값만 평당 1천만~1천5백만원에 이르고 있어 부동산업자들은 이 저택이 최소한 2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엄 청장은 "그 집은 내 개인 소유가 아니라 안기부에서 업무수행을 위해 구입한 것이며 나는 단지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 청장은 이 집을 사들이면서 지난해 5월29일 서울 신탁은행 한남동지점에 이 집을 담보로 잡혀 2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번달까지 일년간 계속 이자까지 물어온 것으로 밝혀져 안기부 공금으로 구입했다는 엄청장과 안기부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통상 안기부의 재산은 차량까지도 `세기문화사'' 등 위장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다. 이와관련해 안기부는 "엄청장 명의의 주택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