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91) 제1부 전야

내실 앞의 복도에 이르자,시즈부인은 쟁반을 마룻바닥에 놓고다소곳이 굻어 앉으며, "안주를 더 가지고 왔는데요. 술은 아직남았나요?" 하고 물었다."예,아직 있어요" 아리무라가 대답했다."내가 방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예,들어오세요" 이번에는 다카하시가 대답한다. 방으로 들어가 안주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고 나서 시즈부인은 술주전자의뚜껑을 열어본다."술이 다돼 가는군요. 더 가져와야겠어요" 하고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술병과 잔 한개,그리고 젓가락을 가져왔다. 주전자에 술을 가득 채우고나서, "나도 같이 한잔해도 될까요?" 하고묻는다."예,어서 앉으세요" 다카하시가 말한다. 시즈부인은 탁자의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가지고온 자기 잔에자작을 한다. 그리고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어서 얘기들을계속하세요. 내가 들어도 괜찮은 거죠? 거북하다면 나가드리고요" 하고말한다. 그러자 아리무라가 얼른, "괜찮아요. 누님,앉아계세요" 하고는다카하시를 향해 대화를 재개한다."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말씀해 보시죠" "글쎄요,그런 구체적인문제는 당장 여기서 우리 둘이 논의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그렇기도 하죠. 초대면의 자리에서 그런 깊숙한 얘기까지 나눈다는 건 좀뭐하지만.. 그래도 기왕에 얘기가 거기까지 이르렀으니,그저 우리의사적인 의견을 교환해 보는 것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럼 먼저아리무라상이 의견을 얘기해 보세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제생각에는 우리 사쓰마의 동지들과 에도의 지사들이 한꺼번에 탈번을 해서가을에는 거사를 도모하는 게 좋겠어요. 늦추면 늦출수록 막부의 횡포가심해지고,우리 쪽의 피해만 늘어난단 말입니다. 이이나오스케를 하루 빨리해치워야 돼요" "그렇기는 하지만,그러나." 다카하시는 잠시 말을 멈추고,잔을 들어 쭉 들이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