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지개켜는가] (4) 백화점 매출 올들어 12%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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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요,역시 신사복이죠" -무슨 말입니까. "신사복이 팔려야하는데 글쎄 그게." -왜 하필 신사복인가요. "여자들은 말입니다. 제옷사고 남은 돈으로 아이옷을 삽니다. 남자옷은그 다음차례지요" 신세계백화점 노건식남성의류팀과장이 느끼는 요즘 경기는 이렇다.신사복이 팔려나가지 않는한 "경기회복진단서"를 뗄수없다는 얘기다. "3월엔 디자이너브랜드의류매출이 18%나 감소 했다"(남인식현대본점의류1부장)는 얘기이고 보면 불황과는 무관하다던 고소득 중년여성들 옷까지도 "경기상황"은 안좋은 모양이다. "먹는 장사"는 불황을 타지않는다지만 여기서도 "동면경기"이기는마찬가지다. "점포를 안늘렸으면 올1.4분기는 아마 죽을 쑤었을 겁니다. 매출이20%정도는 줄었을게 분명합니다. 유흥가에 위치한 점포에서 장사가안되는것은 사정탓으로 돌립시다. 오피스타운내 점포매출은 더형편없어요"(김정부훼미리마트이사) 오피스가를 대상으로한 편의점의 매출이 부진하다는것은 "야근이나특근하는 사무실이 별로없다"는 점외에 달리 이유를 대기도 어렵다. 서울 서초동 일대를 상권으로 하는 동원참치대리점 경원. 여기서도불황의 골이 깊다는 것을 엿볼수있다. 이 대리점이 올들어 3월까지 올린판매액은 작년 월평균실적에도 밑도는 4천7백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통업전체가 이같이 한밤중 동면경기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틀림없이 새벽녘을 알려오는 소리도 들린다. 백화점매출이 바로그런소리를 내고 있다. 1~3월중 롯데 신세계 현대 미도파 뉴코아 그랜드등6대백화점은 8천3백억원(신규점제외)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에비해 12%정도 증가한 실적이다. 예년의 20~30%신장세에는 훨씬못미쳤다하더라도 그런대로 버틸만했다. 다만 먹고 입고 치장하는업종,말을 만들자면 "의식장업"은 역시 안좋았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렇게 보면 유통업이 한밤한이냐,새벽녘이 다가오고 있느냐는 아직딱부러지게 결론내기가 쉽지않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에따라 경기진단이 엇갈리고 있는게 현실이다.한밤중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소비심리가 극도로위축"(이동훈신세계백화점상무)된데다 경제의 거품이 다 꺼져버렸는지는단언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고있다. 예컨대 신사정장의 경우 신상품에붙어있는 정가대로 팔리는 경우가 고작 5~7%정도에 불과하다. 부풀려있는가격(정가)이 실판매가격으로 돌아올때까지는 "경기호전"을 기대할수없다는 것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거품경제의 산물인 "거품제품"도 자취를 감춰야 한다는주장도 있다. 디자인조금 바꾸거나 기능한 두가지를 첨부해 가짓수만늘려놓은 거품제품이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든다는 것이다. 거품가격과거품제품이 없어지기까지의 기간은 경기를 낙관할수 없다는 얘기와도통한다. 새벽녘이라는 쪽도 분명한 논리가 있다. "먹고 입는장사"가 "형편없다"는것은 사실이긴하나 이들업종이 경기사이클상 어느때 나타나는지 유의할필요가 있다고들 말한다. 전반적인 경기가 나빠질때도 가장 늦게반응하지만 좋아질때도 맨 마지막으로 "꿈틀댄다"는게 이들 의식장업이라는것이다. "먹는장사는 불황을 타지않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된다. 유통업의 "경기방향",나아가 전체 국내경기의 소생여부는 주말께본격화되는 봄정기바겐세일결과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일이 "경기리트머스 시험지"를 계속 붉게 만들지,아니면 푸르게물들일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