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94) 제1부 전야
입력
수정
"호호호." 시즈부인은 좀 수줍은 듯 웃기만 한다."몇 살 때까지 한 마을에 살았었는데요?" "열다섯 살 땐가 헤어졌어요.그사람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딴곳으로 이사를 갔죠" "그럼 어릴 때가아니군요. 열다섯 살이면 처녀라고 할 수 있잖아요" "처녀는 무슨.아직아무 철도 없었는데." "그때 데쓰노스케는 몇 살이었는데요?" "나보다 한살인가 두 살 위였어요" 그러자 아리무라가 웃으면서 불쑥 내뱉는다."그럼 누님하고 그사람하고 연애를 했겠는데요. 충분히 연애를 할 수 있는나이잖아요" "연애는 무슨.내가 오빠,오빠 하고 따랐던 것 같애요""그사람이 이사를 가지 않고,몇해만 더 있었더라면 연애를 했겠죠.맞지요? 누님" 술기운이 올라서 그런지 아리무라는 누님,누님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질투를 느끼는 듯한 기색이 얼굴에 떠오른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자,시즈부인은 실소를 한다. 그리고 곧 정색을하고서 화제를 돌리듯 다카하시에게 말한다."아무쪼록 일을 잘 진행시켜서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실패를 한다면 차라리 거사를 안하는 것보다 못하니까요" "물론이죠""일년이 걸려도 좋고,이년 후에라도 상관 없으니까,꼭 성공을 하도록만해주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절대로 서두를 일은 아니라구요" 다카하시와 시즈부인은 의견이 잘 맞는다. 그러나 아리무라는 불만인 듯볼멘 소리로 내뱉는다."일년 이년은 너무 길다구요. 그렇게 늦출 수는 없어요. 금년 안으로는해치워야 돼요. 일을 늦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구요" "어쨌든제가 가을에 미도에 가서 상의를 해보고,결정하도록 하죠. 가능하다면금년 안으로 거사를 해도 좋죠. 반드시 성공할 자신만 서면 말입니다" 다카하시의 말을 받아 시즈부인이 결론을 내리듯 차분하게 가라앉은어조로, "좌우간 두 분이 알아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해주세요.앞으로도 의논은 오늘처럼 우리 집에서 만나 하도록 하고요"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