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98) 제1부 전야

국정(국정)방향에 대한 대립뿐 아니라,두사람은 권력 싸움에서도 서로적이 되어 겨루었다. 미국의 페리 제독이 흑선을 이끌고 우라가의 앞바다에 처음으로 나타났던그해에 십사대 쇼군으로 취임한 도쿠가와이에사다(덕천가정)는 본시 병약한몸이어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정을 감당하지 못했고,또 슬하에 자식도없었기 때문에 곧 쇼군 계승 문제가 일어났다. 그때 도쿠가와나리아키는영명(영명)하기로 이름이 난 자기의 일곱번째 아들히도쓰바시요시노부(일교경희)를 천거하였고,이이나오스케는 쇼군이에사다우 종제(종제)인 기이요시토미(기이경복)를 밀었다. 두 후보 다원래의 성은 도쿠가와였으나,양자를 갔기 때문에 히도쓰바시와 기이로바뀌어 있었다. 그 싸움에서 결국 이이나오스케파가 승리하여 요시토미가 십사대 쇼군의자리에 앉게 되었고,성명도 도쿠가와이에모치(덕천가무)로 바뀌었다. 그때그의 나이는 불과 열두살이었다. 열두살짜리 어린아이를 쇼군 자리에앉혀놓고,이이나오스케는 대로가 되어 국정을 자기 마음대로 요리해 나갔던것이다.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도쿠가와나리아키는 그뒤 이이나오스케의 독단적인개국정책에 노골적으로 맞섰다. 그 결과 그가 휘두른 칼에 목이날아가지는 않았으나,영구칩거라는 치욕적인 처분을 당하여 부장군이라는지위를 내놓고,에도에서 미도로 낙향하여 유폐생활에 들어가게 된것이었다. 설분(설분)의 날을 기다리며 집안에 갇혀서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도쿠가와나리아키는 다카하시와 세키가 찾아오자,반가워하면서도 얼굴에는약간 곤혹스러운 듯한 기색을 떠올렸다. 이이나오스케와 겨루다가 결국은져서 영구칩거를 당한 셈이니,영주로서 부하들 대하기가 떳떳하질못하고,어쩐지 좀 창피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불운의 다이묘 앞에 꿇어앉아 깊이 머리를 숙인채 곧 오열을 할듯한 그런 목소리로 부하로서의 충정이 담긴 위로의 말을 드린다음,다카하시가 에도 번저의 근황을 보고했다. 그러고나서 조심스럽게본론을 꺼냈다."또 한가지 아뢰올 말씀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저.사쓰마의 지사들에관한 얘긴데요." "사쓰마의 지사들?" "예" "무슨 얘긴데,어서 말해 보라구""사쓰마의 일부 젊은 지사들이 거사를 도모하고 있는것 같습니다""거사라니?" 도쿠가와는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