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당직 변호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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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사가 칵테일 파티장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파티에서 곤란한 일은 사람들이 내 직업을 알자마자 내게 굳이 자기의증세를 설명하겠다고 하는 말입니다""그게 뭐 곤란합니까. 당신의 명함을그들에게 주면서 의사와의 상담은 들어가는 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분명하게 설명해 주면 되지 않습니까" 그 의사는 이틀뒤에 상담료로500달러를 내라는 청구서를 받았다. 대화를 나누었던 낯선 사람은알고보니 변호사였다. 변호사는 그만큼 돈과 관련이 많은 전문직업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그폐해가 얼마나 컸던지 변론의 대가로 돈이나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금지하는 특별법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않자 변호사와 사건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주겠다고 약속하지않았다는 서약을 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내놓았다. 그와는 다른 경우이지만 자신들이 변호사였던 로베스피에르와 레닌마저도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이 성공한 뒤 범법과 분쟁이 없는 이상사회가도래했다고 착각한 나머지 변호사직을 폐지하려고까지 했었다. 미국 식민지시대에는 변호사가 돈이나 보상을 받으려고 변호하는 것을천박하고 비열한 일로 규정하고 시민의 봉사자가 되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느 사회에서나 변론사라는 직업은 날로 발전 번창해왔다. 미국에서는 역대대통령의 거의 3분의 2,오늘날 상원의원의 대다수가변호사출신일 정도로 인기직업이 되었다. 사회적 명예를 얻는 길이기도하려니와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서도 어느 전문직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속성을 따져보면 보수를 받지 않을수 없게 되어있다.학문적인 법률지식 이외에 개인적인 소질이 필요하다. 유창한 언변,명석한두뇌,기발한 재치,발달된 상상력,정의를 벗어나지 않는 양심이 있어야한다. 또 사건의뢰인의 과오를 동정하고 사기를 북돋워 주고 후견인노릇을하여 침해된 권리를 복귀시켜 주여야 한다. 변호사역할을 제대로 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변호사의 본령을망각한채 수임료만 달라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감에 빠뜨린 적이 수없이많다. 서울변호사회가 5월부터 당직변호사제를 만들어 억울한피의자들에게 수사단계의 24시간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은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변호사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시각을 바로잡는데도 좋은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