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한파에 금융위축...기업자금 안풀린다

금융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진행됐던 "경제 사정"이 지난주 중반을 고비로 일단 한 수를 접었다지만,금융과 경제행정 곳곳에 미친 사정한파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덩치 큰 시설자금은 물론,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대출도 곳곳에서 막힌 채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금융기관의 저축전선에도 냉랭한 분위기가 깔린 채 실적이 예년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규제완화의 "바람"이 인허가 제도를 정비하고 서류를 간소화하는데는 크게 기여했으나,그보다 더 중요한 "도와주고 되게하려는" 일선 행정기관의 "행정마인드"는 더 위축된 채 돌아앉게 만든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내로라 하는 모 대기업은 지난 3월말에 이미 올해 쓸 시설자금 수백억원을 거래은행과 협의,내부적으로 배정 받았다.이에따라 그간 이 기업은 거래 은행에 신탁과 정기예금을 들어주고 신용장 개설을 돌려 주는가 하면 채권도 사주는등 "협조"할 부분은 별 불만없이 "협조"했다.정작 이 기업이 화가 난 것은 이미 시설 투자가 시작됐고 발주처에 대한 대금지급도 시작됐는데은행측이 협조만 받아 갔지 시설자금을 아직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이 기업은 은행측이 최근의 사정 분위기 때문에 아직 품의서도 돌리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골재채취업을 하는 중소기업인 K건설은 경기도의 한 군청과 지난 몇년간 수의계약으로 한강의 골재를 파내는 사업을 해왔다.K건설은 이 지역의 골재 채취를 위해 그간 약 40억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했었다.그러나 군청측은 올해부터 갑자기 수의계약은 곤란하며 경쟁입찰을 해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정부의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K건설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법에 따라 일선행정기관의 "재량"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가 있으나 군청측은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을 "문서"로 받아오지 않는 한 계약을 연장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이 때문에 올들어 약 4개월간 K건설은 일을 하지 못해 부도까지 걱정할 형편에 몰렸었다. 중견기업 대표 J씨는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시책에 따라 종전보다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많으나 역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금융자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여러가지 제도를 개선하고 지점장 전결 한도를 늘려 시달하고 있으나 일선 점포장들이 위축되어 민감한 시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