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책임경영' 모호한 금융제도 개편안

금융산업발전심의회는 지난 10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및업무영역조정,감독체계정비등의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금융제도개편연구 2차보고서"를 심의했다. 국내금융시장의 자율화가금융시장개방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생각할때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특히다음과 같은 점들이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금융기관의 소유제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눈에 띈다.현재 시중은행의 경우 8%,지방은행은 15%로 규제되어 있는 은행주식의보유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대주주의 경우 주식취득을신고하거나 허가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 보험 등을 포함한제2금융권에도 동일인 소유상한을 정하고 대주주지분을 단계적으로하향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현재 대기업집단의 금융기관 지분소유가 상당히 크다는 현실과경제력집중완화가 경제정책의 주요목표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할때소유제한을 강화하자는 생각이 전혀 뜻밖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에도 주인이 있을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점을 생각할때 이러한 의견이 전혀반영되지 못한 것은 뜻밖이다. 그렇다면 금융기관경영의 책임은 누가어떻게 질것이며 경영효율향상은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금융기관사이의 상호소유확대및 금융지주회사설립등을 허용하고 은행장을 추천위원회에서 뽑는 방안이 해답이라고 할수있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을 국민기업화하고 경영자가 경영책임을 진다는구상이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이 지난10일 추천위위원의 승인권및 은행장재선임요구권을 은행감독원장이 갖는다는 내용의 "은행장선임에 관한 지침"을확정 시행한 사실을 생각할때 금융기관의 경영책임은 결국 정부에 돌아가게된다. 이같은 체제가 반드시 금융기관경영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고할수는 없지만 자칫하면 관치금융이라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수있으므로 운영의 묘를 살릴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점은 예금자보호제도를 정부주도로 할것이냐- 민간주도로 할것이냐는문제및 금융기관의 감독권을 재무부가 장악하느냐- 아니면 중앙은행에귀속시키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리의금융시장이 은행중심이냐,아니면 미국처럼 자본시장주도로 갈것이냐는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를 없애되 완전한 겸업주의를채택하는 대신 자회사를 통한 상호진출을 허용하고 다른부문의핵심업무진출을 제한하는 절충방식을 채택한 것이 주목된다. 겸업주의와전업주의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쪽이 더 바람직한가 라는 문제를놓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어느쪽이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및위험분산에 더 유리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규모및 범위의경제와 다각화 을 강조하는 겸업주의를 선호하는 입장이 우세한 것은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물가 외환 자본이동등 많은 경제분야가 안정 또는개방되지 못한 경제에서는 금융시장구조를 결정할때 금융기관의 효율적인경영이라는 미시적인 관점 못지 않게 어느쪽이 거시경제적으로 유리하냐를고려해야 한다. 즉 미국처럼 금융산업의 독립적인 역할을 강조할것이냐,아니면 독일이나 일본처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데 비중을 둘것이냐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금융혁신과 금융산업의 국제화가진전되면서 금융산업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세계적인추세이기는 하나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한 우리 처지에서는 간단하지않은 문제이다. 이때문에 상호진출이 허용되지 않는 핵심사업이 뚜렷하지못한것등 다소 어정쩡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본격적인 자유화와 구조조정에필요한 과도기를 인정한다는 점으로 시안을 이해할수도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의 신규진입과 퇴출을 허용하여 대형화 전문화를촉진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되 당분간은 기존 금융기관의 전환을 제외하고는금융기관의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금융기관의 소유제한은 강화하되업무규제는 완화하여 효율적인 경영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인경영에는 업무규제완화 못지않게 책임경영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중요하며이점에서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제도개편을어떻게 하느냐는 것에 못지 않게 언제 하느냐는 점도 중요한 문제인데 이에대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생각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때 이번 보고서는 오랫동안 산만하게 진행되어온금융산업발전방안을 요약정리하고 발전방향과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의의가 적지 않으나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도출및 대안마련에는 미흡했다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