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문화] (18) 다양한 사회 .. 언어 다원화

이러한 말이 어법에 맞지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있다.가정의 대화나 직장대화에서 언어의 규범을 잊고있는 것이 젊은층의 현재모습이다. 말이 춤춘다. 우리말 우리글이 급격하게 변화하고있다. 말이 빨라지고단순화 되어간다. 존대어법이 그 방향타를 잃고 구어와 문어체의 구별도없어지고있다. 한자어는 영어에 밀려 차츰 세력을 잃고 방언도사라지고있다.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언어가 과도기적 현상을 맞고있다. 같은언어를 사용하는 언중들이 갈수록 분화되고있다. "언어의 타락"이니,"언어의 반란"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나온다.20세기말의 우리말은 새로운 문법,새로운 여명기를 앞둔 어둠속에 놓여있는것처럼 보인다. 최근들어 가장 많이 보이는 변화는 경어법이 붕괴되고 존대법이단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최근 펴낸 "만화로 익히는 우리말의 예절"을 보면경어법의 붕괴는 세대별로 볼때 30대를 분기점으로 일어나고 있다고분석한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웃어른에게 ".요"를 붙여 말하고 존경 또는 겸양의어휘를 잘못 선택하고 있다는 점등을 든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사회가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하면서 전통윤리가 무너진반면 이를 대신할 새로운 윤리와 언어예절의 기틀이 마련되지 못한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한다. 이와함께 호칭어와 지칭어도 혼란을 겪고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우리사회가 광복후 폐쇄사회로부터 개방사회로 옮겨오면서사람들끼리의 접촉이 많아진데 비해 호칭관계말들은 이에 부응할 만큼발달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 유재원교수(외국어대.언어학)는 "대가족제도하에서는 호칭어 지칭어존대법의 말씨 말투를 어렵지 않게 배울수 있었으나 핵가족제도 아래서는이를 배우기가 무척 힘든 실정"이라면서 "존대말은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고유한 특성이어서 사라질 수도 없고 사라지지않는 성질의 것이며 단지존대말의 대상이 줄어들고 복잡한 체계가 단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밝혔다. 두번째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연령에 따라 발음과 어휘의 선택 문법등이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의 언어는 단편적이고 리듬이 빠르다. 모음의 장.단구분이없어지고 발음을 멋대로 한다. 20대,30대는 획일화된 언어보다 다양한 말들을 공유하고 싶어한다.외래어를 즐기며 전문화된 어투에 익숙해져있다. 40대이후는 아직도 한자어 어투에 익숙하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며권위주의 언어양식을 중요시한다. 10년이상 광고계에 종사한 조동원씨(39.카피라이터)는 "사회가 갈수록다원화되고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언어의 다원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전제한뒤 "10년전만해도 모든이들의 공감을 얻을수 있는 광고문구가존재했지만 이제는 그같은 히트작이 없어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셋째는 급격한 신문명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소개되는 문물들과 이에따른문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외래어가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슬롯머신"과 "빠찡꼬"가 아무런 여과없이 언중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컴퓨터용어와 첨단기기용어들도 산업현장에서 여과없이 그대로 쓰인다.상표명과 상호는 각종 외래어 투성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대신 간편한 외래어로 쓰는것이편하다는 개념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병혁교수(서울시립대.사회학)는 최근 저서"한국사회와언어사회학"(도서출판 나남간)에서 선진국 문화지배현상의 하나로분석한다. 방송등 첨단 영상매체의 증가는 외국문화를 그대로 유입하게끔 압력을가하고 그결과 대중의 의식이 알게 모르게 국제주의적 경향을 띠게 돼우리의 문물을 필요이상 외국어로 표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외국문물을 선호하고 그쪽에 우위성을 부여하는데까지 이르렀다는설명이다. 언어현상에서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자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계층에서엿보이는 한문식문투가 없어지고 있다는점. 장애물이 "걸림돌",막후교섭이 "물밑작업",위치지음이 "자리매김"등으로자연스럽게 바뀌고있다. 임원선씨(문화체육부 어문과 사무관)은 "외래어는 물밀듯이 들어오는데한자어는 자연스레 사라지는것이 현대 한국어의 한 특징"이라면서 "이는우리가 한자문화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모든 문화와 교류하고있는사실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탈이데올로기에 따라 지배문화와 대항문화에서 비롯된언어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병혁교수는 이에대해 "냉전시대의 우리말은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말이지배했는데 개방시대에는 부드럽고 순한 어투들이 쓰이고 있다"면서"사회가 보다 민주화되고 개방화되면 앞으로의 언어도 상당히 변화될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시대의 언어는 현대 우리사회 우리문화의 산물이다. 그 언어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그변화의 주역이 누구이며 잘못된변화를 어떻게 바로잡아야할지는 우리시대를 사는 모두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