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패러디한 '기적의 시간'국내 첫 번역본 나와

신약성서를 패러디한 유고슬라비아의 대표적인 현대작가 보리슬라프 페키치의 "기적의 시간"이 이윤기씨의 번역으로 국내에서 처음 소개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상.하 두권으로 나온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승인하는데 필요한 증거로 기록된 신약성서상의 예수의 기적을 기적의 주체인 예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기적의 객체로 이용된 인간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는 갈등과 비극적인 종말을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기적의 시간"에서 기적은 은혜이기는 커녕 인간의 삶에 불필요하게 개입하여 평범한 삶의 질서를 깨뜨리고 기적의 대상이된 인간들을 비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저주''에 불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기적을 통해 눈을 뜬 장님은 세상의 추잡하고 더러운 모습을 참지못해 스스로 눈알을 빼어버리고 제 정신을 찾은 광인이 이성의 전일적 지배에 반발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언뜻 보기에 신성을 모독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 소설에 대해 역자 이씨는"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있을지언정 신성을 모독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1930년 태어난 페키치는 48년 반정부단체를 결성한 죄목으로 6년간 복역했으며,64년 영국으로 이주해 "아르세니에 네고반" "금양모피"등의 소설과 희곡들을 발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