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은행, 새정부 출범후 각종 청탁 격감

은행사람들은 요즘 정치권등 외부의 대출 또는 인사청탁이 거의없어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필요하게 신경쓸 일이 없어 마음만은편하다"는 얘기들을 자주한다. 정치권이나 행정부등에서 대출이나 취직부탁을 받아 처리해주던은행장이나 전무(국책은행은 부행장)들은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너무없어서 섭섭할지경"으로 청탁이 줄었다고 말한다. 은행에 대한 청탁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것은 지난 3월26일이용성은행감독원장이 김영삼대통령으로 부터 임명장을 받았을때. 당시김대통령은 이원장에게 "앞으로 외부에서 은행에 부탁하는 일이 절대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계에 대한 정치권의 청탁은일소돼야한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원장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있던박관용비서실장이 은행에 외부청탁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얘기하자김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정활동으로 정치권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금융비리가파헤쳐지면서 은행에 대한 비정상적인 요구나 압력이 들어갈 여지가 좁아진상태여서 김대통령의 말은 더욱 무게를 싣게됐다. 은행에 청탁이 가장 많은 때는 국회가 열렸을 때. 특히 국정감사땐감사에 대비하는것 못지않게 청탁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가 은행들엔"큰일"이었다고 은행사람들은 말한다. 청탁해결사는 주로 전무나 부행장등이른바 행장을 받쳐주는 "부자리"들. 모국책은행의 부행장은 "요즘메모지에 적힌게 별로 없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요청이 적지않았고 승진 전보 취직을 당부하는사람들도 많아 적지않은 신경을 써야했으나 최근엔 사회분위기가 달라진탓인지 부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바뀐현실을 설명했다. 대출청탁이 준것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많지않은데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분석된다. 모 시중은행전무는 "작년보다는 자금사정이 나아져 그만큼외부압력이나 부탁도 적어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최근의 분위기를 금융풍토가 정상화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새정부의 사정바람에 휩쓸려 금융계를 떠난은행장들의 상당수는 외부청탁에 약했거나 또는 청탁을 나서서 맡아처리해준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않는한 금융계가 사정의 1차대상으로 꼽히고 은행장이 무더기로 퇴역당하는일이 되풀이 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감독원관계자는 "은행부실중 일부는 은행이 외부청탁에 의해 어쩔수없이 대출한것"이라며 "은행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대출심사를 철저히하면 부실도 상당히 줄수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소소한 청탁들이 있는것은 사실"이라며"그러나 비단 사정바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금융자율화가 정착돼가면외부청탁은 발을 붙이기 어려울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