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 노태우 전대통령이 지시

한국전투기의 기종변경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종구 전국방장관은 취임 초기 한국전투기사업의 기종변경은 적합치 않다는 국방부 입장을 대변했으나, 노 전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기종변경 추진의 실무책임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전 장관과 권영해 현 국방장관이 기종변경에 대해 "국방부가 먼저 건의했으며, 청와대 쪽의 사전압력은 없었다"고 한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러한 사실은 21일자 한겨례신문이 `한국전투기사업(KFP) 중간보고''와 `국방부 한국전투기사업 중간보고시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2건의 국방부 내부문서를 인용, 보도한데서 밝혀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전투기 사업의 전면재검토 방침이 결정된 90년10월26일의 청와대 보고에서 이 전 국방장관은 이 사업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건의하면서도 `전제조건''으로 "국가신뢰도와 사업지연 방지를 위해 기종은 가능한 기결정된 대로 추진하겠다"는 국방부 입장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와 함께 F-18기의 가격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기종변경과는 상관없는 `획득소요 조정''(물량 축소), `획득시기 조정''(사업기간 연장), `획득방법 조정''(기술이전 기준 완화) 등 3가지 검토대안을 순서대로 각각 1.2.3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보고한 3가지 방안이 다 문제가 있다면 시기조정.물량축소 뿐 아니라 기종선정.획득방법 등 모든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다시 살펴보라"고 기종변경 방안도 검토 대안에 추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어떤 무기체계는 흔히 고도정밀무기라고 해서 생산물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올리는 수가 많은데 우리가 그런걸 꼭 사야할 필요는 없다"며 "이미 대량 개발해 놓은 것이라도 우리에게 적합한 것이 있으며 그것이 더 합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F-18 구입계획을 취소하고 F-16으로 기종을 바꿀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소련이 북한에게 미그-29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대전제하에 F-18을 선정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한국전투기사업 재검토 확정.발표(90년 10월26일) 이후 백지상태에서 군과 관계전문연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한국전투기 사업을 검토했다는 그동안의 국방부 발표와 달리 노 전 대통령의 기종변경 지시에 따라 기종 변경이 실무적으로 추진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막바지에 접어든 감사원의 율곡사업 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