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94) 제1부 전야

"그러자구. 허허허. " 오쿠보도 웃었다. 두 사람은 자세를 좀 가다듬고 앉더니,술잔을 서로 바꾼다. 그리고 잔에술을 가득 채워서 두 손으로 동시에 들어올려 단숨에 꿀꺽꿀꺽 들이켰다.말하자면 월하(월하)의 교배(교배) 맹세인 셈이었다. 잔을 놓고,오쿠보가 말한다."내가 히사미쓰 대감을 붙들고 늘어져야겠어. 어떻게 해서든지 자네의목숨만은 구해야 오늘밤의 이 맹세가 유효할게 아닌가 말이야" "그렇지.만약 자네 덕택에 내 목숨이 유지된다면 나는 오늘 이밤을 평생토록 잊지않을 거라구. 정말이야. 아- 달 참 좋다" "달도 좋고 밤바다도 좋지뭐야" 술 기운에 이제 두 사람은 마냥 기분이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히사미쓰는 붙잡아온 사이고를 접견도 하지 않았다. 꼴도 보기 싫은것이었다. 오쿠보가 대신 간곡하게 해명을 했으나 귀담아 듣지도 않고,"사이고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놈이라구. 나에게 반역하려는게 틀림없어.반역하는 놈이 제 입으로 반역한다는 말을 하겠어?" 이렇게 내뱉었다. 사이고를 시기하는 무리가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히사미쓰에게반역의 음모를 경계하라고,사이고에게 그런 기미가 보인다고 고자질을 했던것이다. 권력의 주변에는 언제나 그런 비열한 자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오쿠보는 "반역"이라는 말이 두려웠다. 히사미쓰가 그렇게 결론을내린다면 틀림없이 사이고는 셋푸쿠인 것이다. 자기에게 반역을 하려는자를 살려두는 권력자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반역이라는 생각만은 돌리도록 설득해야 된다 싶었다. 달밤의 그 맹세가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대감 어른,혹시 말입니다. 사이고가 이번의 출병을 막부 타도 쪽으로유도하려고는 했을지 모르지만,대감 어른께 반역하려는 생각은 절대로 했을리가 없습니다. 사이고가 교토로 먼저 간다고 해서 무슨 수로 대감 어른께반역을 한단 말입니까? 그건 대감 어른의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지나친생각이라구?" "예,그렇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이고에게 군사가있습니까. 반역을 도모할 동지가 있습니까. 맨손으로 어떻게 반역을꾀한단 말입니까" "반역이란 반드시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 것만은아니라구. 내 주장인 공무합체론을 무시하고, 도막전을 생각했다면 그게벌써 반역이 아니고 무엇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