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96) 제1부 전야

그리하여 사이고다카모리는 다시 시마나가시가 되어 일본 본토를 떠나는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마미오시마에서 돌아온 지 사개월만이었다. 사쓰마로 압송되어 가서 배에 감금되어 있다가 이번에는도쿠노시마(덕지도)라는 섬으로 떠났다. 아마미오시마보다 훨씬 남쪽에있는 작은 섬으로,역시 류큐로부터 빼앗은 사쓰마의 직할령이었다. 두 번째 시마나가시가 된 터이라,이번에는 번청에서 주는 봉록도 없었다.완전한 죄인 취급이었다. 그러나 사이고는 오카젠(강전)이라는 마을에자리를 잡고,아마미오시마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훈장 노릇을 하며살아가게 되었다. 그섬의 "다이간"(대관:부책임자)인 나카하라만지로(중원만차랑)는 오래전부터 사이고를 존경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사이고가 두 번째시마나가시가 되어 자기네 섬으로 오자,발벗고 나서서 후견인 노릇을 했다.불행중 다행으로 사이고는 그런 사람을 그섬에서 만나게 되어 큰 어려움없이 정착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나카하라는 사이고에게 시마메카케를 얻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사이고는거절했다. 아마미오시마에 아이가나가 기쿠지로를 키우며 살고있는데,다시 시마메카케를 얻다니,사이고로서는 말도 되지가 않는것이었다. 그대신 사이고는 나카하라에게 아마미오시마에 있는 처자를도쿠노시마로 오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가나가 도쿠노시마에 도착한 것은 팔월도 다 가는 어느 날이었다.이월에 사이고가 아마미오시마를 떠났었으니,반년만의 재회였다.아이가나는 그전달에 해산을 한 몸이었으나,남편이 도쿠노시마로 다시시마나가시가 되어 와있으니 그섬으로 오라는 기별을 받고,이제 평생 못만날 줄 알았던 남편을 다시 만나 같이 살게 되다니 꿈만 같아서,낳은 지한 달 남짓밖에 안되는 아직 핏덩이 같은 딸을 업고,기쿠지로는 안고서아마미오시마를 출발했던 것이다. 남편을 다시 만난 아이가나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고,사이고 역시벅차오르는 가슴을 어쩌지 못해 눈시울을 적셨다. 이제는 차라리 이곳에서처자와 함께 살아버리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날밤 사이고는 아이가나를 안고 누워서 정겨운 목소리로 말했다."혼자서 아기를 낳느라고 고생했지?" "고생보다도,아기를 낳고나서 당신생각이 나서 울었지 뭐예요"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구" "이제는 떠나시지않겠지요?두 번째 시마나가시니까" "그럴 거야. 나도 그러고 싶어" "아이좋아. 여보,꿈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