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느목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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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학의 고전중의 하나에 "존주성범"이라는 책이 있다. 그 내용은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수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그의 생애를모범으로 삼고 살아가려할때 겪는 내면생활의 고통과 갈등을 적은 것이다.우리가 사회속에서 생활하면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실제 그대로 실천한다는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야훼 하느님은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에게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도시,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이 지나치므로 이들도시를 멸하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때 아브라함은 의인 10명만 있어도멸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여 하느님의 승락을 받지만 하느님이 보기에 의인10명이 없어서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과 블로 멸망하고 말게된다. 사람이 죄와 악에 대하여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말해주는 교훈이다.우리나라에 크리스찬이라고 불리는 기독교인과 카톨릭신자수는 모두 합하면1천3백만명쯤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4천4백만명이므로줄잡아도 우리국민 3사람중에 1사람은 크리스찬인 셈이된다. 그런데도우리사회는 도덕적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죄악과 타락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전체가 모두 섞은 것은 아니다. 그늘에 가려있지만사회밑 밖에는 조용히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많이있다. 그들이야 말로 우리사회가 멸망하지 않고 성장할수 있는 생명의원동력이라 할수 있다. 오동희목사(68)의 생애에서 우리는 크리스찬의 참모습을 찾게된다. 경북의성군에 있는 경애교회의 오목사는 지난 12일 낚시를 하러 쌍개전에갔다가 하천에서 놀고있던 박은선군(10.금성국교4년)등 2명이 급류에휘말려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물속에 뛰어들어 구조해주었다. 그러나고령의 오목사는 급류와 싸우느라 지친데다가 돌에 머리를 부딪쳐서혼수상태에 빠진채 24일밤 별세했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 낮에는 같은목회자의 길을 걷고있는 막내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한다. 오목사는 20년간 군목생활을 한뒤 나환자 재활원인 경애원에 경애교회를세우고 17년간이나 160명의 나환자와 가족 53가구를 돌보아가며 희생과봉사의 생활을 했었다한다. 삼가 오목사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