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11) 제1부전야

"히사미쓰 그사람 일부러 막부를 골탕먹이려고 그런 불상사를 저지른게틀림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무장을 하지 않은 사람의 목을 자르기까지 할게 뭐겠소" "맞아요. 서양사람을 죽임으로써 존황 양이의 기세를 더욱 돋울 뿐 아니라, 막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려는 속셈으로 그렇게 한게 뻔해요" 중신들이 모여앉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와키사카와 이다구라는히사미쓰를 비난하는 투의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그말에 대해서미수노도 맞장구를 쳤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바로 그런 격이죠. 서양사람을죽이면 일이 어떻게 된다는 걸 히사미쓰 그사람이 알 턱이 있겠소.하룻강아지의 만용이 막부를 곤경에 물아넣었지 뭐요" 히사미쓰를 하룻강아지에 비유하는 말투가 듣기에 곤혹스러워서쇼군보좌인 요시노부가 불쑥 입을 열었다."하룻강아지라니, 좀 심하지 않소. 서양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을 때는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을게 아니오. 그냥 길가에 서서 얌전히 구경하는사람을 죽였을 리는 없지 않으냐 말이요" 그말에 정치총재인 마쓰다이라가 가세했다."말에서 내리라고 했는데,안 내렸을 뿐 아니라,오히려 말을 몰고 가교앞으로 뛰어들었다지 뭐요. 그렇게 보고가 들어 왔어요" "그렇다면 응당죽여야지요. 행렬 앞을 가로질러도 죽이는데, 더구나 말을 타고 가교앞으로 뛰어들었다면 서양인이라고 해서 가만히 둘 수가 없지요. 그런건방진 놈을 가만히 두다니 말이 돼요?" 두 사람은 히사미쓰 덕분에 벼슬자리에 오른 터이라, 자연히 그를 두둔하는 입장이 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와키사카가 못마땅한 어조로 말했다."그렇게 이번 사건이 정당한 일이라면 그럼 영국측의 항의를 묵살해야된다는 건가요? 묵살해서 일이 끝날 것 같애요?" "충분히 할말이 있다그거요" "할말이 있다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히사미쓰가 직접 나서서해야지, 일은 히사미쓰가 저질렀는데, 막부가 그 사후처리를 떠맡다니,앞뒤가 안 맞아요. 우리가 무슨 히사미쓰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사람들인가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오가사하라나가미치(소립원장행)가 입을 열었다."그렇게 감정적으로만 나가서는 안됩니다. 이번 사건은 비록 사쓰마의히사미쓰가 일으켰지만, 엄연히 일본과 영국과의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