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통일관련 연설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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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머무는 동안 독일을 세번 방문하면서 단계적이고 확실한 통일만 이 성공의 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독일의 튼튼한 민주적 기반도 통일의 큰 힘이었다.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우리의 통일도 당위성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다가 오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경쟁국들이 모든 자원을 경제발전에 집중하는데 우리만 국방비와 경제건설에 자원을 나누어 쓴다면 비참한 삼류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통일을 안하면 망하지만 올바른 통일을 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북 한의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과 우리 기업경영이 결합하면 양쪽 모두 큰 경 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일본.유럽 곳곳에서 진출이 막히고 동남아 경쟁국에 밀 리고 있다. 하나의 활로가 될 수 있는 게 북방진출이다. 이를 위해서도 통일은 절대적 요건이다. 3단계 통일방안 가운데 1단계 인 국가연합은 해방 50돌인 95년까지는 가능하며 꼭 이뤄져야 한다고 확 신한다. 남북 정부 모두 1단계 방안에는 동의하고 있다. 핵문제만 해결되면 남 북관계, 북한과 서방관계는 급속히 진전될 것이다. 북한핵은 일본의 핵무기 생산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저지해 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과 서방과의 관계정상화를 보장하는 일괄타결 방식의 협상이 필요하 다. 미국은 실제로 일괄타결의 길로 나가고 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는 경제악화 등 절망적 공포감에서 나온 극 단적 도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유엔 동시가입과 교차승인 등 많은 양보를 했는데도 자기들은 얻은 게 없다는 생각에서 온건파가 밀리고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면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가 퇴로 없이 몰아붙이는 것은 곧 남한과의 공멸도 불사하겠다는 북한 강경파를 돕는 길이다. 온건개방파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면 일괄타결 방식밖에 없다. 김일성이 살아 있는 동안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의 권위로 양보 나 결단도 가능하므로 더 효과적이다. 평양거리에 수십개의 서방 대사관과 남한대표부가 간판을 걸고 있고 남 한과 세계의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간다면 북한 체제에도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론은 효과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남북 공멸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민주체제와 시장경제가 이룩한 북한과의 격차, 우리에 대해 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계와 함께 자신 있 고 유연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