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24) 제1부 전야

오가사하라는 잠시 생각한 끝에, "좋소. 마음대로 하시구려. 나도이제 지쳤소. 그동안 사쓰마 쪽에 수없이 독촉을 했으나,번번이 아직범인을 잡지못했다는 핑계로 뒤로 미루니,이제 어쩔 도리가 없구려" 이렇게 말해 버렸다. 그리하여 닐 공사는 쿠바 제독이 이끄는 동양함대의 기함에 자기도 직접동승해서 사쓰마로 향했던 것이다. 서기관이며 통역관이기도 한 슈버트를함께 데리고서였다. 일곱척의 군함이 가고시마 앞바다로 깊숙이 진입하여 닻을 내리고,날이밝자,닐 공사는 슈버트를 상륙시켜 해안 역소에 통고를 했다. "나마무기 사건의 범인을 인도할것,그리고 십만파운드의 배상금을지불할것,이십사시간 이내에 성의있는 회답을 안할 경우에는 강력한 다음조치를 취할것임"이라는 내용이었다. "강력한 다음 조치"란 공격을의미했다. 그 통고를 보고받은 히사미쓰는 이마에 굵은 여덟팔자 주름을 불끈세우며, "돼먹지 않은 에게레스놈들 같으니라구. 저희가 잘한게 뭐 있다고여기까지 찾아와서 야단이야. 건방지기 짝이 없군" 하고 화부터 냈다.그러나 불안해 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즉시 그는 중신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개최했다. 중신들의 의견은각양각색이었다. 당치도 않은 요구조건이니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정면으로 거절하여 사쓰마의 기개를 보여야 한다는 강경론과 싸워서 이길것같지가 않으니 회담을 열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온건론,대체로 두가지로 분류가 되는 그런 의견들이 뒤섞여 분분하게이어져 나갔다. 한창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사무라이 한 사람이 회의실로 성큼들어섰다."소생이 회의중에 무례함을 무릅쓰고 섭정 대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들어왔습니다" 실내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마무기 사건때 영국 상인 리처드슨의 목을 자른 장본인인 도모가시라나라하라기사에몬이었다. 그는 히사미쓰 앞에 꿇어앉아 두 손을 짚고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에게레스의 흑선들이 우리 가고시마의 앞바다까지 침입해 온 것은전적으로 소생 탓입니다.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도 소생의 목숨인 줄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감어른,부디 소생을 그들에게 인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