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29) 제1부 전야

쿠바 제독은 방에 없었다. 이미 일어나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닐 공사는 그대로 잠옷바람으로 허겁지겁 갑판으로 나가 보았다. 쾅! 콰쾅! 콰쾅!. 여전히 여기저기서 어둠을 찢으며 총소리는 밤바다를뒤흔들 듯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갑판에 서서 기습해온 사쓰마병들의 격퇴를 지휘하고 있는 쿠바 제독을보자 닐 공사는 얼른 다가가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하고 물었다."기습을 해왔지 뭡니까" "이놈들이 그러면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 고이얀놈들 같으니라구" 닐 공사는 어둠 속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날이 밝으면 당장 공격을 해야겠어요. 응징을 해야지, 이놈들 가만히놔둬서는 안되겠지 뭐요" "그래야겠소"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리지""맞어. 나쁜 놈들" 두 사람은 배신을 당한 분함을 못 참겠는 듯 아직 술이 덜 깬 그런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발각이 되어 총격을 받게 된 특공결사대는 흑선 위에 발을 한 번디뎌보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배들을 돌려 모두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질작전에 이어 기습작전 역시 깨끗이 실패를 하고만 것이었다. 이튿날 식전이었다. 닐 공사는 갑판에 나와서서 초여름 아침의 상쾌한바다 공기를 마시며 화산도의 정상에서 나부껴오르는 연기들 바다보고있었다. 술은 이제 말짱 깼으나,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머리가 좀무거웠다."그럴 수가 있는 것일까" 닐 공사는 혼자 중얼거렸다. 간밤의 일이 마치 거짓말같이 생각되는것이었다. 악몽을 꾼 게 아닌가 싶었다. 그처럼 구체적으로 우선 지불할배상금의 액수와 기일까지 알려와 놓고서 한밤중에 기습을 감행하다니.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는 일이었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쿠바 제독이 다가왔다. 쿠바 제독은한손에 길다란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 그 망원경으로 가고시마의 시가지쪽을 쭉 한 번 훑듯이 바라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아침을 먹고나서 곧 포격을 시작해야겠어요" 그러나 닐 공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쿠바 제독은 닐 공사를 힐끗 보고서다시 말했다."아침을 먹고 즉시 포격을 개시해야겠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