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경제학] (23) 규모의 경제..이준구 서울대 교수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나 크기가 다른 두 상자가 있다고 하자. 대응하는변의 길이를 재어보니 큰 상자쪽의 길이가 작은 상자의 두배였다고 한다. 부피의 비율은 길이의 비율에 세제곱을 한것이므로,큰 상자가 담을수 있는 양은 작은 상자가 담을수 있는 양의 여덟배나 된다. 그런데 이 두상자를 만드는데 드는 판지의 양을 비교해 보면 그 비율은 네배에 지나지 않는다. 넓이의 비율은 길이비율의 제곱과 같기 때문이다. 이 예를 보면 담을수 있는 양을 두배로 늘리는데 드는 판지의 비용은두배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수도관이나 컨테이너 혹은창고등에 대해서도 이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될수 있다. 나아가 어떤공장의 설비용량을 증가시키는 경우에도 이 원리가 비슷하게 적용될수 있을 것이다. 즉 두배의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두배가 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상품의 생산량을 계속 늘려감에 따라 생산단가, 즉 평균비용이 점차 내려가는 현상이 생긴다. 이같이 생산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생산단가가 내려갈 때 우리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있다고 말한다. 규모의 경제는 지금 말한 이유 말고도 여러가지 다른 이유에서도 생겨날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곧 대량생산의 이득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상품의생산에서 대량생산의 이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수공예품이나 악기같은 상품은 오히려 작은 규모로 생산하는 쪽이 더유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가전제품 화학제품등 대규모로생산함으로써 단가를 낮출수 있는 상품의 예는 수없이 많다. 거의대부분의 공산품이 이 범주에 속하고 있다고해도 좋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산업은 독과점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될 것으로예상할수있다. 규모가 클수록 비용상의 우위를 점할수 있어 소규모의기업들이 살아남을 여지가 작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가 현저한 산업에서는 전체 시장의 아주 큰 하나의 기업에의해서 독점되는 결과가 생길수 있다. 이와같은 이유로 인해 생겨나는독점을 자연독점이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바와 같은 이유로 생긴 독점이라면 기업의 수를늘려 경쟁체제로 유도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규모의 경제 때문에언젠가는 다시 독점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소규모의 생산을 하는 여러기업이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생산단가가올라가는 비효율성도 나타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독점체제를 그대로놓아둔채 정부규제에 의해, 독점에 의해 나타날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전략을 쓰는 것이 더욱 현명한 대응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