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귀리의 둔갑

"귀리는 들보리다. 제비와 참새가 잘먹기때문에 연맥 작맥이라고 하며 또화광맥 이맥이라고 한다" 중국 명나라때의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이라는책에 나오는 귀리의 명칭을 설명한 대목이다. 귀리(oat)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다. 유럽에는 기원전22~1300년,중국에는 7~9세기,미국에는 20세기초에 전래되었다. 한국에서는고려때 원나라 병사들이 말먹이로 가져 온 것을 재배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귀리가 조류나 가축의 먹이인 것만은 아니다. 단백질과 지방질의함량이 높고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이 쌀과 비슷하여 곡물중에서는 영양가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한반도에서 귀리를 재배하는 것을 전혀 찾아 볼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북부지방의 산간에서 재배되어 감자를 섞어 밥을 짓거나 피를 섞어 죽을 쑤어 먹었는가 하면 국수 떡 술등을 만들어 먹었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귀리로 오트밀을 만들어 먹고 과자나 알콜의 원료, 가축의 사료로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수입된 가축사료용 귀리가 식용으로 둔갑해 유업회사의어린이 이유식원료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사료용 수입곡물은 식용과는 달리 통관때 유해성분함유나 질등의 검사없이들여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어린 갓난애의 이유식 원료로서 전혀부적합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더욱이 사료용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식용으로 속여 유업회사에 납품한귀리수입회사와 귀리가루제조회사의 파렴치한 행위는 극악무도의 극치가아닐수 없다. 이유식의 첫째 요건이 위생적으로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것인데도 유업회사로 하여금 유해성분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원료를 이유식에 섞도록 속인것은 다분히 고의성이 개재되어 있다. 약싹빠르게 그 귀리의유해성분함유량이 기준치 이하라는 판정을 검사당국으로부터 받아놓은 것에서도 그네의 지능적 저의가 드러난다. 어떻든 분명한것은 어린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어떻게 되더라도 돈만 벌고보자는 물질숭배의 소산이라는 점이다. 어찌 이것이 사료용 귀리에만국한된 일이겠는가. 농산물수입개방에 따라 밀려들어온 다른 사료용곡물들도 귀리의 재판이 없을지 걱정된다. 틈만보이면 편법과 탈법을 일삼는 병든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는것 같아우울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