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업종전문화 계기로 본 대기업 위상..대형화 서둘러야

"55사족탈 1사불급"(55개회사가 발벗고 뛰어도 한회사를 못따라간다) 국내최대의 외형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이 거느리고있는 55개계열사의 지난91년중 총매출규모는 달러로 환산해 4백8억5천6백만달러. 전기.전자분양의세계1위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올린 작년매출 6백22억2백만달러에비해선 7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경우는 삼성과 함께 국내 1,2위를 다투는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45개계열사를 갖고있는 현대그룹의 91년 총매출은 3백93억2천7백만달러였는데 비해 미국 제너럴 모터스 1개사가 작년에 거둔 매출은 무려 1천3백28억달러로 현대를 세배이상 앞지르고있다. 상공자원부는 우리 대기업들의 "비관련다각화"가 어느정도나 비효율을야기하고있는지를 단적으로 알게해주는 지표들을 내놓았다. 매출액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다.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지표격인 연구개발투자규모로 들어가보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사는 매출액의 4.5%인 59억달러를 연구개발에쏟아부었던데 비해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들인 돈은 6억5천만달러에지나지않았다. 절대적인 금액만 비교대상은 아니다. IBM은 작년중 매출액의 7.9%(50억8천만달러),필립스사도 6.8%(20억7천만달러)를 투입했지만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7.7%를 빼놓고는 금성사의 2%(1억달러),대우전자의 2%(5천만달러)등으로 "명함" 내놓기조차 부끄러운 형편이다. 웬만한 경제선진국치고 업종전문화가 안돼있는 나라는 없다는게 상공자원부의 논리. "재벌"의 원조쯤으로 여겨지는 일본에서도 전후에 생겨난 후지쓰 일본전기도요타등 이른바 "40대 독립계기업집단"은 주력하는 업종이 1~3개에 지나지않는다. 비주력업종을 포함해도 이들 기업의 평균 진출업종수는 5.2개에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 30대그룹의 진출업종수는 평균 8.5개나 되고주력분야만도 3.9개에 이르고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보다 결코 역사가오래지않은 이들 "후발"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있는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있다. 스위스의 경우는 국가차원에서의 업종전문화로 경제선진국 자리를 굳힌대표적 사례다. 한정된 자원을 여러분야에 분산시키지않고 제조업중 화학의약품기계등의 분야에 투자를 집중, 시바가이기등 세계굴지의 기업을배출시켰다. 최근 선진국 기업들은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국경쟁회사와 상호보완적 차원에서 기술공동개발에 나서는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있어 더욱 우리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보잉사와 일본 후지중공업,모토로라와 도시바의 제휴가 그 예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기불황을 겪고있는 요즘엔 비주력부문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통한 투자사업 집중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제너럴 모터스는 연간매출액이 50억달러에 이르는 항공우주부문을최근매각했고 신일본제철도 퍼스컴등 채산성악화 사업부문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