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탈법'고소 13건 방치...검찰, 접수뒤 `눈치보기'

6공 당시 안기부가 저지른 가혹행위.불법감금 등 탈법행위 혐의에 대 한 고소.고발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처리가 안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안기부를 의식해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 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월초 이런 비난여론을 의식 해 검찰수뇌부에서 적극 수사를 지시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국가권력을 빙자한 탈법적 수사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도 검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10일 서울지검에 따르면 안기부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은 독직폭행, 불 법감금, 변호인 접견불허, 명예훼손 사건 등 모두 14건으로 이 가운데 13건이 고소.고발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종결되지 않은 채 장기미제사건 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장기미제사건 중 주요사건들만도 89년 11월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공동의장 홍성담(38).차일환(34)씨가 낸 가혹행위 고소사건 91년 6월 조국통일촉진그룹사건과 관련해 박득준(28.연대 화학과 졸)씨 등3명의 가족들이 낸 고문 고소사건 지난해 장기표씨가 고발한 불법감금 사건 등 가혹행위 사건을 비롯해 안기부의 변호인 접견불허,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대한변협과 민변 등이 낸 고소.고발사건 등7~8건에 이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6일 "89년부터 방치돼왔던 안기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을 법대로 조속히 처리하라"는 송종의 당시 서울지검장의특별지시에 따라 서울지검 형사1.2.4.6부에 흩어져 있던 관련사건들을형사1부 부장검사와 수석검사에게 재배당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명예훼손 같은 비교적 가벼운 사건의 경우 고소인 조사 를 몇차례 벌였으나 가혹행위 사건에 대해서는 "담당수사관을 특정하거 나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대질신문은 물론, 피고소 수사관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미루어왔다. 재야법조계에서는 홍성담.박득준씨 사건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법원에 증거보전까지 돼 있는데다 홍씨가 가혹행위에 가담했다는 수사관들의 몽타주까지 제출한 점을 들어 검찰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 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들 가혹행위사건 고소인은 대부분 고문 당시의 정황.과정을 매우구체적이고 자 션구돈설명하고 있어 법원이 직접 물증 없이 피해자의 구 체적 진술과 주변 정황만으로 담당경찰관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던 김근태씨 고문사건의 경우에 비추어볼 때 검찰이 수사의지만 있다면 담당수사관들의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백승헌 변호사는 "고문피해자 대부분이 고문받을 당시의 상황을 생생 하게 기억하고 있어 대질신문을 할 경우 가해수사관을 어렵지 않게 가려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국통일촉진그룹사건의 박씨의 경우 2년5개 월 동안 대질신문뿐만 아니라 피해자 조사 한차례 받아보지 못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