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마의 병
입력
수정
맛있는 음식을 독차지하는 위와 먼길을 마다않고 무거운 몸을싣고다녀야하는 발이 서로 싸움을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이 발의중노동이 없으면 위는 단 한치도 움직일수 없는 주제에 단맛은 위가독차지한다"고 두 발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위는 이에 지지않고 "만약 위가소화시킨 영양을 내보내주지 않으면 발은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질것아니냐"고 응수한다. 이솝에 등장하는 이 우화는 2천여년전 로마제국의 지배계층이 애용해 온것으로도 유명하다. "손과 발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켜 제 할일을 다히지않으면 몸전체가 영양부족현상에 빠져 결국 손과 발이 움직일수 없게된다"는 논리였다. 요컨대 손과 발이 땀흘려 일을 해서 위를 즐겁게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귀족들에 의해 선출되어 국가권력을 한손에 쥐고 전횡을 일삼아온 로마의 집정관들에게는 이렇게 달콤한 "이유"가 더 있을수 없었다. "로마의 궤변"으로 불린 이 구도는 결국 손은 손, 위는 위식으로 헝클어졌고 화합없는 정치는 불멸의 로마제국을 멸망의 길로 몰아갔다. 43조원의 새해 예산을 심의해야할 우리의 국회가 지난 몇주일 보여온모습들은 우리의 정치권이 이 악명높은 "로마의 병"에 걸려가고 있음을보여준다. "개혁정치"의 견인차임을 자처해온 민자당은 지난주 "통합선거법"시안을검토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이회의에서 "당리당략을 우선해야한다"느니 "집권당프리미엄을 포기할수 없다"는등의 주장들이 공공연히 주장되었다 한다. 권위주의적인 제도와 법제등을 뜯어 고치고 부패와 타락없는 민주사회건설을 다짐해온 여권의 "총론주장"과는 거리가 먼 "반민주,반개혁"의 각론고집이었음을 드러냈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당리제일,계파에고이즘에 사로잡혀 갈팡질팡하는모습을 연출,국민들을 실망케했다. 나라살림의 골격을 짜는 예산심의에참여하는것이 곧 여당에 대한 "항복"이라느니,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않으면 예산을 볼모로한 "연계투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예산안의 졸속.날치기 통과만은 국회가 청산해야할 가장 다급한 유산이다.여와 야의 선량들은 위의 형편에만 급급하지말고 "발들"의 사정에도 좀더배려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