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중남미투자 기피 뚜렷..마약.인플레 부정적이미지

구미의 기업과 투자가들이 중남미 각국의 경제성장에 매료돼 이 지역으로몰려드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기업 및 자본가들은 수수방관하는 자세를취하고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때 "경제동물"이라 불리며 이익이 있는 곳이면 지옥에라도 갈 것이라는말까지 들었던 일본인들이고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기업들이 이윤추구행위를 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찬찬히 살펴보면 일본기업 및 투자가들의 중남미 기피현상은 일본민족 특유의 조심성과 위험에 대한 과잉반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제개혁과 민주화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아직도 중남미하면채무와 인플레 마약 치안부재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일본인들의 중남미관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예가 있다. 일본의 기업인들은 "콜롬비아=마약왕국"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의 기업인은 콜롬비아를 "비즈니스의 천국"이라고 믿는다. 미국 시티은행의 콜롬비아 현지법인은 시중은행 업무와 외채인수확대 등과감한 투자를 계속하며 사업을 확대,1년 남짓한 기간동안 종업원수를 50%이상 늘려 지금은 총9백명을 확보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의 투자에 있어 독일 또한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의약품대기업인 쉐링사등 5개사가 콜롬비아로 중남미 본부를 옮겨 왔다. 중남미전역에 걸쳐 확대일로에 있는 생산 및 무역업무를 총괄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들어 1~8월중 콜롬비아가 유치한 직접투자액은 석유부문을 제외하고도작년 같은기간보다 56%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본의 투자액은하나도 없다. 지난 8월말까지 콜롬비아에 대한 외국자본투자액은 총43억달러에 이르며이중 62.9%가 미국자본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유럽각국의 자본이 18.4%,다른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유입된 자본이 15.2%를 각각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으로부터의 투자액은 고작 1.7% 뿐이다. 콜롬비아 이외 국가들에 대해서도 일본의 투자가 미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들어 구미 각국의 진출과 함께 민간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유러채권의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주식시장에 유입된 일본 자금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상파울루증권사측은 밝히고 있다. 일본인들은 브라질에 대해 여전히 중남미의 대표적 채무국이자 인플레지옥이라는 외채위기 시대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지적한다. 중남미 전체를 놓고 보면 일본인들의 중남미기피증이 더욱 명확해진다. 작년 한햇동안 6백억달러까지 급증했던 중남미 각국으로의 순자본유입액(유입액-유출액) 가운데 일본의 민간자본은 극히 소액에 지나지 않았다고 미주개발은행측은 밝히고 있다. 최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칠레를 제외하면 중남미 각국과의 경제관계가 채무위기 이전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