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민계급과 시민사회'..각국발전단계 비교사적 전개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노명식 외 출판사 : 한울 임 지 현 1980년대 후반 현실사회주의의 붕괴가 가져온 세계사의 지각변동은1990년대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결과한국의 젊은 사회과학도들은 자신이 주장한 새로운 것이 실현되지도못한채 낡은것이 되었고 낡은것이 새로운 것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서구의 사회과학계가 오랜지적 논의와 정신적준비속에서 세계사의 변동을 맞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민사회론은 실상 일찍이 체제적대안으로서 현실사회주의를 거부한서구사회과학계의 진지한 고민과 모색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에서 막스주의적 시민사회 이론이든 포스트막스주의적 시민사회이론이든, 그것이 왕성하게 논의된다는 것은 현실사회주의 그 자체가 체제적대안이 될수 없다는 암묵적 동의를 전제하는 것이다. 퇴색한 신화를철학적으로 추상화시켜 자족하는 ''죽림 칠현 막시스트''가 아닌이상 이러한 모색은 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책은 그러한 모색의 산물이다. 단지 기존의 논의에 비추어 특기할만한 점은 논의의 주체가 사회과학도가 아닌 서양사학자라는 점이다.주체의 차이는 대상에 대한 접근방법의 차이를 내포한다. 사회과학계의논의가 시민사회의 일반적 특성에 치중하였다면 이책은 각 경우의 역사적 특수성에 주목한다. 머릿말에서 밝혔듯이 이책의 일관된 주제는각국의 시민계급과 시민사회의 발전과정을 비교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서구와 우리사회간에, 또 서구 각국간에도 역사적경험이 다른이상 시민계급의 성격이나 시민사회의 구조는 다를수 밖에 없다.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을 둘러싼 실천적 고민 또한 다른것이 당연하다. 이 책에서취하고 있는 비교사적 접근방법은 따라서 산업화방식 계급적역학관계정치문화등이 상이한 한반도라는 역사적 토양에 건강한 시민사회가착근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는가를 구하기 위한 고뇌의 산물이다.''신토불이''는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코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비교사적 시각에서 본 서양각국의 시민계급형성과정과 발전''이라는 주제에 대한 일관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유기적비교의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같아 아쉽다. 필자에 따라 부르좌사회가 시민사회와 동일시되기도 하고 뚜렷이 구분되기도 한다. 사회적 민주주의의지향이 있는가 하면 고전적 민주주의 지향도 엿보인다. 그러니까 이책의 무게중심은 동일성보다는 다양성에 있다. 특히 각국의 시민계급이 지닌 역사적 특수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단지 구조적측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발전의 길을 걸었던동유럽까지 포괄하였다면 더 생생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추상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민계급및 시민사회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의수준을 한차원 더높이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