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340)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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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성으로 돌아온 요시노부는 그날 오후에 먼저 덴쇼인을 찾은것이었다."항복이 아니라,휴전을 하기 위해서 공순의 길을 택하는 겁니다"요시노부는 고개를 들고 덴쇼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휴전을 위해서요" "예,그렇습니다. 명예로운 휴전을 하고 싶습니다""잘 생각했어요. 휴전을 하는 게 가장 원만한 길이라고 나도 생각해요""아,그렇습니까. 그러시다면 썩 잘됐지 뭡니까" "잘되다니요?" "대모님께서 좀 나서주셔야겠습니다. 대모님이 나서시기만 하면 반드시 휴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내가 나서면 휴전이 되다니,도무지 알 수가 없구려" 덴쇼인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요시노부는 한결 진지하면서도 간곡한 어조로 지껄여 댔다. 마치 바짝 달라붙어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매달리듯이 말이다."왜냐 하면 말이죠, 대모님께서 사쓰마 출신 아니십니까. 더구나 아버님이 시마즈나리아키라고요. 나리아키라 어른은 사이고다카모리를 키워준 은인이십니다. 그리고 사이고다카모리는 지금 조정의 실권자가 되어 있지요.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거머쥔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대모님께서 사이고다카모리에게 부탁을 하면 그가 나리아키라어른의 은혜를 생각해서도 거절하지는 못할 게 아닙니까" 덴쇼인은 이따금 긴 속눈썹을 깜작이면서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대모님,수고스럽지만 대모님이 나서서 휴전이 성립되도록 힘을 좀써주십시오" "힘을 쓰다니,어떻게 하라는 거요?" "서찰로 청원을 해주시면 되는 거죠. 사이고다카모리에게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듯 덴쇼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휴전이 되고 안되고는 대모님께 달렸습니다. 도쿠가와 가문의 운명을위해서도 부디 힘을 써주셔야겠습니다" "서찰을 적어 보내는 일이야 뭐어려울 게 있겠소" 덴쇼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꼬리를달았다."세이간노미야를 만나봤나요?" "아니요. 대모님부터 먼저 뵙고, 그쪽으로 가려고요" "내 생각에는 그일은 나보다도 세이간노미야가 더 적격일 것 같네요. 세이노간노미야는 메이지천황의 고모잖아요. 고모가 조카인 천황에게 부탁하는 것이 훨씬 효력이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