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골프계 결산'..YS "골프 안치겠다"..한때 분위기 급냉

손바닥이 있으면 손등도 있게 마련. 국내골프계는 93년이 악몽같았으나 좋은 뉴스도 없지않았다. 좋은 뉴스, 나쁜 뉴스를 5개씩 골라 금년 한국골프를 결산해본다. 지난 68년 한국프로골프협회가 발족한이래 최초로 남자프로골퍼 3명이 94일본프로골프 정규투어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년전 남자프로로는 처음으로 일본프로자격증을 얻은 임진한은 올한햇동안 일본 그로잉투어(정규투어의 전단계)에 출전해 상금랭킹1위를 기록하며 맨먼저 정규투어 진출자격을 얻었다. 또 지난18일에는 한영근과 신용진이 투어시드결정전에서 각각 35,45위의 기록으로 38개 일본정규투어중 20개대회이상의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남자골프는 지난41년과 72년에 일본오픈을 석권한 연덕춘한장상의 뒤를 이을수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만15세의 여중생이 일본 여자아마추어 무대를 휩쓸었다. 한희원(서울대청중3)은 지난4월 일본문부상배 여자부에서 2연패를 이뤄 기분좋은 출발을 한뒤 8월에 열린 전일본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고교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한은 여기서 그치지않고 지난11월에는전일본 매치플레이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내로라하는 여자아마추어들을차례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은 올해 일본여자골프대회에서만 3승을 거둔데 힘입어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으며 94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한 기대주로 주목받고있다. 금년봄 관으로부터의 "반골프"분위기 속에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공개적으로 골프를 장려하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회장은 "골프가 신사의 스포츠로서 사회성과 매너를 키우는데는 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룹 임직원들 모두에게 골프를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회장의 골프발언은 골퍼들로부터 전폭적인 "묵시적 동조"를 받으면서당시의 짜증나는 골프분위기에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역할을 했다. 경기침체와 정부의 보이지않는 골프억제로 기존의 대회마저 취소되는 현실에서 상금1억원대 2개대회가 창설돼 여자골프계에 단비를 뿌렸다. 동일레나운레이디스클래식과 필라오픈이 그것이다. 동일레나운은 골프대회사상 최초로 클래식이란 명칭을 도입,프로들만을초청해 경기를 치르는 새 기원을 이룩했다. 93년6월17일 미국 뉴저지주 벌투스롤GC. 4대메이저 대회의 하나인US오픈이 열리고 있는 대회장에 앳된 동양소년 한명이 톰 카이트,닉프라이스등과 함께 나타났다. 미국명으로는 테드 오, 한국명으로는 오태근(16)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대회사상 두번째 어린 나이로 본선에 진출한 것. 비록 1,2라운드 성적 76,79타로 커트오프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오의메이저출전은 돈으로 계산할수 없는 "국가홍보"를 한 셈이 됐다. "임기중에는 절대 골프를 치지 않겠다" 93년 한국골프를 옥죈 요인으로 이 말만큼 위력을 발휘한 것도 없다. 이말 한마디로 국내골프계는 급속냉각,무엇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이없었다. 공사중인 골프장들은 우후죽순으로 넘어졌고 골퍼들은 공휴일에도 눈치를 봐가며 죄지은 사람처럼 골프장을 드나들어야 했다. 골프도 스포츠의 한종목인데 대통령이 "이런 스포츠는 안하겠다"고공개발언한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침묵의 지적"도 많았다. 연중행사처럼 되풀이돼온 부정행위가 또 발생했다. 그것도 스포츠중심판이 없는 유일한 종목으로 매너를 제1덕목으로 삼는 골프에서 말이다.4월21일 충주CC에서 열린 남자프로테스트에서 26명이 무더기로 합격하면서 부정의혹이 일어 파문이 확산됐다. 법정소송 일보전에서 "재경기"라는 궁여지책으로 사태가 수습됐지만프로골퍼의 위상은 실추됐고, 협회는 또한번 불신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월드컵골프대회는 국가대항 프로골프대회로는 세계 최고권위의 대회. 그런 대회에서 국내 최고프로 박남신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마커가 적은 숫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실격당한 것이다. 박의 실수는 한 개인의 실격으로 끝나지않고 파트너인 이강선의 스코어와 합산해 내는 단체전 "성적 없음"이란 불명예로까지 이어졌다. 박은 귀국하자마자 협회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처분을 받았다. 경기진행 미숙으로 남자프로들이 무더기 로 실격당하는가 하면 여자대회에서는 경기가 한시간이상 지연되는 등 창피할 정도의 불상사가 계속 발생했다. 지난 추석연휴기간에 열린 SBS최강전에서 최상호 한영근등 6명의 프로들이 티구역밖에서 플레이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실격됐다. 또 여자프로대회에서는 TV중계에 경기진행을 맞추는 사상유례없는해프닝이 연출됐다. 골프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도무지 발상조차 할수없는 것으로 "슬로플레이 방지"라는 슬로건이 무색했다. 여자오픈대회가 2개 창설된반면 일정까지 잡혀있던 4개대회가 취소돼 그러지않아도 열악한 프로골프계를 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올해 신설될 것으로 알려졌던 신세계여자오픈과 5회째를 맞는 한주.서산여자오픈이 스폰서측 사정으로 취소됐고, 남자대회로는 2회째를맞는 영남오픈이 개최되지 못했다. "대회가 적으니 상금도 적고, 그러다보니 레슨을 하게돼 실력이 떨어질수밖에 없다"는 악순환이 내년에는 없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