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그 섬에 가고 싶다' .. 6.25 소재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6. 25를 소재로한 영화다. 박광수감독은 "베를린 리포트"에서 정면으로 접근했던 이념의 문제를 이번에는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데올로기갈등이 가져온 비극의 상처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는 한 공간을 설정해 그 한의 형성과정을 추적,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세가지 다른 얘기가 섞여있다. "아름답던 섬""그섬의 분열과공동체의식의 와해""그리고 남은 한". 박감독은 이중 "아름답던 섬"에 포커스를 맞추고 무게를 둔다. 과거는 밝은 색조의 아름다운 영상으로 현재는 어두운 색감의 침울한 분위기로 연출된다. 시선제공자인 주인공 김철(안성기)은 섬의 상처가 생긴 원인을 해설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지금과는 너무나 달랐던 유년시절에 본 그섬을 회상한다. 어머니가 없었던 철이에게는 섬여인들의 삶이 관심거리였다. 곱추딸을 잃고 남편마저 외지여인에게 뺏겨 실성하고마는 넙도댁(최형인)의 고달픈 삶,지상의 시공간에 만족치 못하고 영혼의 세계를 넘다들다 무당이 된 업순네(이용이),욕을 먹어가며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청상과부벌떡녀(안소영). 어린 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사람은 실성한 처녀 옥님이(심혜진)었다. 옥님이는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고 길을 잃은 밤에는 젖을 물려주었다. 각기 남정네에 대한 한으로 삶의 굴절을 겪었던 다른 여인과 달리 옥님이는 이념의 편가르기의 무서움을 모르고 장난을 치다 국군의 총에 맞아 죽고만다. 바다로 막힌 섬. 그 닫힌 공간속의 삶의 안정성이 결코 그 구성원들만의 노력으로는 지켜질수 없는 현실. 그것은 세계근현대사 냉전의 이분법에 희생된 우리 민족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과거와 그 영향하에 있는 현재의 모습이 아주 확연히 대비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이 영화에는 남아있다. 화해의 메시지도 뚜렷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그러나 해설과 설명없이도 한국현대사의 가장 비극적 사건을 가장 슬픈 우리의 경험으로 와닿게하는 박감독의 영상언어는 우리영화의 새로운 문법의 하나로 신선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