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357) 제2부 대정변

그 두루마리에는 칠개 조항으로 된 글이 적혀 있었다. 사이고가 사자로왔던 야마오카에게 주어서 보낸 일곱가지 동정군의 요구조건에 대한구체적인 답변이었다. 사이고는 그 두루마리를 펴들고 묵묵히 일곱가지 조항을 죽 눈으로 훑어나갔다. 다 읽고나서 두루마리를 펼친 채 자기 앞 방바닥에 놓고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요시노부 도노를 미도로 보내시려고요?""예,허락해 주신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첫째,요시노부 전쇼군을 미도번으로 보내어 그곳에서 은거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렇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고향으로 돌아가는 셈이군요""그렇죠. 하늘을 날던 새들도 날이 저물면 제각기 둥지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가쓰는 씁스레한 웃음을 살짝 입언저리에 떠올렸다."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사이고는 선뜻 승락을 했다. 둘째의 에도성을 비워서 인도하는 문제는 한달 안에 어김없이 실행하겠다고 되어있어서 사이고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셋째와 넷째의 병기와 군함을 모조리 넘기는 일도 그대로 이행할 생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단서가 붙어 있었다. 조정의 관용이 베풀어져서 도쿠가와 가문이 존속될 경우에는 그에 알맞는 분량만 남기고,나머지 전부를 인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그 조항에 가만히 눈을 멈추고 있었다.그러자 가쓰가 한결 정중한 어조로 애원을 하듯 말했다."사이고 도노,도쿠가와 가문만은 존속이 되도록 해주세요. 스스로 막부를폐쇄하는 터인데,가문까지 없애버리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물론 요시노부 전쇼군은 더는 가문에 관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완전히 야인이 되어 종신토록 근신을 할 것이니,아무쪼록 그렇게 선처를 해 주세요""잘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만은 나 혼자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성질의것이 아니군요. 전후의 처리문제니까,나중에 논의를 해봐야지요""물론 그러시겠지요. 그러나 사이고 도노가 하시려고 들면 안되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나는 사이고 도노만 믿습니다""허허허. 잊지않고,최선을 다해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