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388) 제2부 대정변

오지야라는 곳에 있는 지간지라는 산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동산도 진무군의 선봉부대가 진군해 와서 그곳에 본영을 설치했기 때문이었다. 가와이는 마직으로 된 수수한 옷을 입고 있었고,부하인 후다미 역시 평복 차림이었다. 옆구리에 대검을 차고 있지 않았다면 두 사람 다 그저 평민으로 보일 그런 모습이었다. 삼베로 지은 "하오리"(덧저고리)속에 가와이는 탄원서를 간직하고 있었다.동정군 대총독인 아리스가와노미야 앞으로 제출하는 것으로, 나가오카번의중립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달라는 내용의 탄원이었다. 지간지에 도착하여 그곳 일실에서 가와이가 대좌를 하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이와무라세이이치로였다. 동산도 진무군의 군감인 이와무라가 선봉부대를 이끌고 나가오카성으로부터 육십리 가량 떨어진 오지야에 이르러 지산지에다가 본영을 설치했던 것이다. 가와이는 마흔두 살이었다. 이와무라는 스물세 살이니까,이십세 가량이나밑인 아직 새파랗다고 할수있는 젊은이와 마주앉게 된 것이다. 그러나가와이는 그 앞에 정중한 태도로 꿇어앉았다. 아무리 젊어도 상대방은 동산도 진무군의 군감이고, 자기는 나가오카번의 필두가로 이기는 하지만 탄원을 하러 온 처지이니 말이다. 가와이는 혼자였다. 수행해 온 후다미는 밖에서 대기하도록 조치되었던것이다. 상대방은 군감인 이와무라의 뒤에 세 사람의 무관이 버티고 앉아있었다. 세 사람 다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꿇어앉은 가와이는 두 손을 방바닥에 짚고 머리를 숙여 공손히 절을 하며"나가오카번의 필두가로인 가와이쓰구노스케입니다. 이렇게 면담을 허락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하고 말했다. "나는 동산도 진무군의 군감인 이와무라세이이치로요" 콧대가 반듯하게뻗은 이와무라는 날카로운 눈길로 가와이를 훑어보며 퉁명스럽게 받았다. 고개를 들며 그 눈길과 마주친 가와이는 속으로 야, 이녀석 봐라, 젊은녀석이 맹랑하군, 싶었다. 이와무라의 뒤에 도사리고 앉은 세명의 무관들 역시 매서운 눈초리로가와이를 쏘아보고 있었다. 중립노선을 밀고나가는 문제의 인물이라는것을 들어서 이미 잘 알고있는 터이라, 처음부터 모두 바짝 긴장을 하고있는 것이었다. "나를 만나러 온 까닭이 뭐요?" 이와무라가 불쑥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