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사장학] (16) 산골업체가 선진국 공략

지난 14일 중국 위해로 가는 페리호에 장애자용 전동소형차량 2대가인천항에서 선적됐다. 이 스쿠터형차량은 이를 생산하는 업체인 라인실업의 윤윤수사장(49)이 등소평의 맏아들 등박방에게 선사하는 물품.윤사장이 이 소형전동차를 선물하게 된 것은 문화혁명에 희생돼 장애자가 된 등씨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소형차량을 소개한 뒤 2대를 기증하겠다고 제의하자 등씨가 흔쾌히 수락한데 따른것. 라인실업이 등씨에게 이 장애자용셔틀을 선물한 것은이 회사가 새로 중국시장을 개척하려는 마케팅전략중 한가지. 사실 이 전동소형차는 등씨가 이를 타보고 감격하기 이전부터 여러가지의 신화를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윤사장도 역시 갖가지 일화를 가진 인물이다. 무엇보다 라인실업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산골짜기 외딴곳에 있는 공장일 것이다. 충북보은에 있는 이회사의 옥상에 서서 보면 앞은 깎아지른듯 높은 산이 가로막아 서있다. 공장자체가 산비탈 한모퉁이에 자리 잡고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근지역엔 마을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산속에 어떻게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는지부터 궁금증이 간다.더욱이 이런 자연보존지역에 어떻게 공장설립허가가 났는지 의아스러워진다. 본디 이곳은 연탄공장인 삼성특수연료가 자리잡았던 터를 라인이 인수해 공장설립이 가능해진 곳이다. 이렇게 속리산 가까운 산골짜기에 자리잡았다고해서 일단 조금은 무시하는 마음으로 공장을 둘러 봤다간 심한 쇼크를 받게 된다. 이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소형전동차량을 생산하는 업체다.산골에 위치해있지만 공장안엔 첨단로보트가 갖춰져있다. 매출의 98%를수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라인의 수출액은 무려 5백20만달러. 올해는6백50만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수출시장도 남다르다.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전동소형차 기술이 가장 앞선 일본. 지난해 일본으로 1천대의 차량을 수출했고 올해는 1천5백대정도 수출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단1개의 부품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오지 않는다. 대일무역역조란 말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다른 수출지역도 미국 영국 독일등 한결같이 선진국이다. 이회사의 소형전동차 세계시장점유률은 약8%선, 완제품공산물로서는보기드문 시장점유율이다. 산골기업으로서 이처럼 선진국시장을 공략할수 있었는데는 윤사장의 대단한 집념이 깔려있다. 윤사장은 이 제조업체를 경영하기에 앞서 무역업자로는 국내에서 상당히 잘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필라사와 합작, 신발수출업체인 한국필라를 설립해 연간수출 8천만달러의 실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중소기업자로서는 드물게 해외분야에 능통하다. 1년중국내에 있는 기간은 3~4개월에 불과하다. 국내경영은 처남이자 오랜동료인 이종무이사가 완전히 책임진다. 사장이 직접 해외시장에서 뛰고 종업원들은 조용한 산골짜기에서 제품을 만든다. 이 회사 종업원은 모두 57명. 농공단지 기업들조차 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운 판에 첩첩산중 기업이 어떻게 종업원을 충분히유지할 수 있을까. 이 회사가 고안해낸 독특한 방법은 사내결혼을 적극장려하는 것. 시골총각을 생산직 사원으로 채용하되 사내여직원과 결혼하면 인근지역에 주택을 마련해주는등 최고의 혜택을 부여한다. 이같은 지원 덕분에 지난 한햇동안 6쌍 12명이 사내결혼을 했다. 덕분에 이직률이 매우 낮다. 이회사도 한때 불량품수출로 곤욕을 치른적이 있긴하다. 장애자차량수출을하기전 작동완구를 미국으로 수출할때 내장모터의 불량으로 클레임이 걸렸다. 이때 윤사장은 잘못을 시인하고 현지인 시카고로 가서 매일 20시간씩 1주일을 추운 창고속에서 직접 불량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계속하자 이에 감동한 미국측 사장이 클레임분량보다 많은 규모의 오더를 더 준일도 있다. 윤사장은 "일에 중독됐다"는 얘기를 들을만큼 일밖에 모른다. 이제 중국시장개척에 파뭍히면 더욱 그의 얼굴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어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