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07) 제2부 대정변

사이고의 요구와 오쿠보의 지시 중에서 어느 쪽을 좇아야 할 것인지,야마가다는 망설여지지 않을수 없었다.공격을 해서 항복을 받아 사로잡아 버리면 한꺼번에 두 사람의 뜻을 다 충족시키는 셈이지만,그 일이 도무지 잘 되지가 않으니 난감했다. 암살을 실행하라는 이토의 독촉은 집요하였다. 결국 생각한 야마가다는 죽이지 않고 일을 끝내는 방법과 죽여 없애버리는방법 두가지를 한데 엮어서 동시에 실행해 보는 묘책을 세웠다.자신의 밀사를 가와이에게 보내어 일차적으로 그가 휴전을 제의하면 나가오카번의 중립문제를 다시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통고해서 그에 응하면 다행이고,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그자리에서 살해해 버리는 수법이었다. 양자 택일인 셈인데,그 운명의 선택은 가와이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야마가다는 그런 계획을 이토에게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그저 드디어비상수단을 쓴다는 식으로만 알렸다. 사이고가 가와이를 죽이지는 말라고당부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비밀에 붙여두는게 옳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밀사로 야마가다는 심복들 중에서도 자기의 명령이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그런 사람 셋을 골랐다. 일차적으로 일이 어긋날 경우에는 자객으로 돌변해서 가와이를 살해해야 하는, 죽음을 각오한 밀사이기 때문이었다. 셋가운데 가이바라시로타를 정식 밀사로,다른 두 사람은 수행원으로 해서 은밀히 임무 수행에 관한 교육을 시킨 다음 말을 타고 출발케 하였다. 그때 가와이는 도치오라는 곳의 동맹군 본영에 있었다. 관군의 밀사가 자기를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은 가와이는 의외의 일이어서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서로 대치해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밀사라니 의아스럽기도 하였다."무슨 일이지?" "글쎄요" "몇 사람이 왔어?" "세 사람입니다" 보좌관인후다미를 가와이는 멀뚱히 바라볼뿐 선뜻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문득 그는 간밤의 꿈 생각이 떠올랐다. 말을 타고 혼자서 어딘지 알수없는 길을 가고 있는데,난데없이 화살 하나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아닌가. 냅다 말에 채찍을 가해 도망을 치는데,그 화살이 곧 뒤통수에닿을듯 말듯 쫓아오더니 마침내 푹 꽂히는 것 같았다."으윽." 비명을 지르며 잠을 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