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18) 제2부 대정변

일신관의 게시판에 공고가 나붙었다.백호대에 편성된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일신관은 아이즈번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었다. 그 번교의 학생인이도데이지로는 공고된 수많은 사람들의 명단 가운데서 자기 성명을 찾느라고 눈을 반질거렸다. 그러나 끝까지 훑어도 자기 이름은 눈에 띄지가 않았다."야! 저기 내 이름 있다" "나도 들었다. 저기 있잖아. 내 이름" "나도있다! 야,신난다!" 명단 속에서 자기 성명을 발견한 학생들은 좋아서떠들어대고 있었다."왜 내 이름은 없지?내가 잘못 봤나." 데이지로는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며처음부터 다시 자세히 훑어나갔다. 역시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데이지로는 어머니와 얼굴이 마주쳤으나 아무런 말 한마디없이 퉁퉁 부은 표정을 하고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느 날과 너무다른 아들의 태도에 어머니는 일신관에서 무슨 기분나쁜 일이 있었나보다 싶었으나,대수롭게 여기질 않고 저녁 준비를 계속했다. 그런데 저녁 준비가 다 되어갈 때까지 데이지로가 방에서 나오는 기척이없질 않은가.어머니는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아들의 방으로 가보았다."데이지로,뭘 하고 있는 거야?저녁밥이 다 됐는데,나와서 손도 좀 씻고해야잖아"하면서 방문을 열었다."아니 저런!" 너무나 뜻밖의 관경에 어머니는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에이지로는 방 한가운데에 반듯하게 꿇어앉아서 윗옷의 앞자락을 활짝헤치고 내의를 걷어올려 배를 온통 드러내놓고서 오른손에 시퍼런 단도를불끈 거머쥐고 있는게 아닌가."이게 무슨 짓이야!응?" 그녀는 후닥닥 아들에게로 다가가서 단도를 쥔손을 붙들었다."놔요! 난 죽을거예요" "죽다니,난데없이 무슨 일이지?오늘 무슨 일이있었는데 그래?응?" "죽어버리고 싶다구" "말을 해봐.도대체 무슨 일인데?"그제야 데이지로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백호대에 난 못들어갔지뭐야"마치 어린애가 투정을 하듯 내뱉었다. 데이지로는 열다섯살이었다."백호대에 못들어갔다고 셋푸쿠를 하려는 거야? 나 참 기가 막혀서."어머니는 어이가 없는듯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