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25) 제2부 대정변

산기슭에 이르러 한 구릉을 넘어서니 내리는 빗속에 멀리 검은 호수가희미하게 펼쳐져 보였다. 이나와시로고였다. 이미 사방은 어둠 속에 묻혀들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호수와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몇 개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히나다는 소년병들을 멈추게 한 다음 무작위로 두 명을 선발하여, "저 불빛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가서 탐지하고 오라"하고 명령을 내렸다. 척후병으로 뽑힌 것은 데이지로와 이이누마사다기치였다. 그들 둘은 가까운 이웃에 살며 일신관에서도 같은 학반이었다. 척후의 명령을 받은 데이지로와 사다기치는, "예! 대장님""탐지하고 오겠습니다!" 냅다 환성을 지르듯 대답했다.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며 야,신난다,싶었던 것이다. 다른 소년병들은 그들이 몹시 부러운 듯한 표정들이었다. 척후병이 된 데이지로와 사다기치는 벌써부터 바짝 긴장이 되는 듯 상체를약간 숙인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마치 산짐승처럼 날렵하게 어둠 속으로사라져 갔다. 히나다는 두 척후병이 돌아올 때까지 소년병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이슬비가 가랑비로 바뀌는 듯해서 소년병들은 큰 나무 그늘이나 바위 밑을찾아 비를 피했다. 데이지로와 사다기치가 돌아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아군입니다""감사대가 야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척후병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히나다는 즉시 소년병들을 집합시켜서 다시 그쪽으로 행군을 개시했다. 농민이나 상인들의 지원병으로 이루어진 감사대가 노영진지에서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그들은 어둠 속으로 나타난 백호대의 소년병들을 보자 눈들이 휘둥그래졌다. 아직 어린 소년들이 날씨도 궂은데 완전무장을 하고서 이 밤중에 도노구치하라까지 출진해 오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 소년병들이 백호사중 부대라는 것을 알자 감탄까지 아끼지않았다. 고급무사들의 아들이 최일선까지 싸우러 나오다니,정말 놀라운일이었던 것이다. 소년병들은 배가 고팠다. 쓰루가성에서 점심을 먹고 출진하여 다키사와본진을 거쳐 이곳 도노하라구치까지 오십리 가량을 총을 메고,허리에는대검까지 차고서 행군해 왔으니,지치고 시장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