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문중식 산업1부장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양적인 면에서 뿐만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선진국 자동차와 비교해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실적은 204만9,000대,이가운데 64만대가 수출됐다. 대부분이 지금까지 일본제가 판을 친 소형승용차들이다. 더욱이 올들어서는미국 유럽등 자동차 선진국들로부터 우리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주문이 쏟어져 들어오고 있다.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해외딜러들에게 제발 주문좀 하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해야할 판이다. 엔고의 영향도 다소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있기 때문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뿐아니라 내수도 마찬가지다. 불과 24~25년전,드럼통을 두들겨 만든국산자동차가 시범운행에서 고장을 일으켜 메이커측을 쩔쩔매게 했던 일들을 생각해볼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업계는 사상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으면서도 표정이 그렇게 밝아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업계의 기류는 최근 바짝 조여오고있는 미국의 개방공세압력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내부에 산재해있는 갖가지 불필요한규제나 불합리가 업자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순투성이의 세제,고무풍선처럼 불어나는 금융부담,설비투자의 한계,갈팡질팡하는 정책,업계를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각등. 이런것들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예컨대 자동차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은 국세와 지방세 11종과 준조세성격의 공채까지 포함,12종이나 된다. 종류가 많은 것은 말할 나위도없거니와 부과수준도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훨씬 높은편이다. 출고가의 45%가 세금이다. 이는 일본의 1.2배 미국 보다 22.8배나 많다. 92년의 경우 자동차와 관련,징수한 세금이 6조7,000여억원에 달했다.지난해에는 7조9,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에서거둬들인 세금인데도 도로확장이나 교통시설 개선 등 자동차와 관련된 부문에 쓰여지기보다는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일반회계, 교육환경 개선특별회계,사법시설 특별회계등 엉뚱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외면으로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게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모든 책임이 자동차메이커들에게만 돌아온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외면한채 "1가구 2차량중과세"같은 땜질식 정책들만 쏟아져 나오기 일쑤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은 억제된 가운데 제조원가의 상승과금융비용부담의 증가,메이커들간의 과당판매경쟁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속빈 강정"이라고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자동차 회사 사장도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이같은 열악한 여건아래서도 한국자동차에 대한 성가를 인정받으면서 해외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있다. 그러나 생산능력의 한계로 물량을 댈수가 없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는 주문을 받아놓고 선적을 하지못한 오더가 1만대 가량 밀려있다. 기아자동차도 신형소형차인 아스파이어를올해 8만대정도 미국의 포드사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4만대의 추가주문이 들어와 고민이다. 메이커들이 이처럼 생산능력의 한계로 고민하고있는 것은 제때 설비투자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올해1조7,000억원을 설비증설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 한숨만 쉬고있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대자동차는 2년째 산업은행으로부터 설비자금배정을 한푼도 받지못하고 있는데다 해외증권발행계획도 두번씩이나무산돼 손을 놓고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본자동차 업계가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운데 선진국 자동차업계가경영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이 바로 우리 자동차 산업의 국제경쟁력을높일수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것이다. 밉고 곱고를 따질때가아니다. 지금의 기회를 놓지게 되면 2000년부터 자동차시장을 중국에 빼앗기게 될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얼마전 클린턴대통령이 빅3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초고연비자동차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됐다고 털어놓는 어느자동차 회사사장의 푸념이 가슴에 찡하게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