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38)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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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코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다노모는 나직이 한숨을한번 쉰 다음 말을 이었다. "심지어는 비겁한 놈이라고 욕설까지 하고 있소. 나는 결코 비겁한 놈이아니오. 우리 아이즈번의 명맥을 유지하고 무고한 번민들의 목숨을 구하기위해서 전쟁을 반대했던것 뿐이오" "여보, 나는 당신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고맙소. 그러나 당신이 이해해 주는 것으로 내 명예가 회복되는 건 아니잖소. 그래서 나는 기왕 이렇게 전쟁이 벌어진 마당이니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소. 결코 내가 죽음이 두려워서 전쟁을 반대한게 아니라는 걸 떳떳이 보여주어 명예를 회복할 작정이오" "알았어요. 여보 나도 당신의 뒤를 기꺼이 따르겠어요" "음-" "종소리가 울려도 우리는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우리도 당신과마찬가지로 결코 비겁하지가 않다는 걸 보여줘야지요. 그러니까 우리 일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마시고 당당히 싸워서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세요" "아-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나. 내 주장대로 되었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 텐데..." "여보, 이제 그런 얘기 그만해요" 지에코는 두 눈에 눈물이 핑 고여오르는 얼굴을 다시 남편의 품안에다가 묻었다. "알았소. 당신 참 장한 여자구려" 다노모는 품안에 얼굴을 묻은 그녀를 지그시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그 이튿날 지에코는 시어머니인 리쓰코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다. 며느리로부터 얘기를 들은 시어머니는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있었다. "나무관세음보살-" "어머님 어떻게 하시렵니까?" "어떻게 하다니 네가 그렇게 결심을 했다면 나도 따를수 밖에..."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님" "고맙기는... 그 말은 오히려 내가 너에게 해야 될 말인걸. 네가 정말 장하다. 그래, 우리 기꺼이 도노모의 명예를 위해서, 그리고 가문을 빛내기위해 같이 죽자꾸나" "어머님-" 지에코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오르더니 주르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무아미타불- " 시어머니도 절로 코안이 시큰해지는듯 얼른 손수건을 꺼내어 콧물을 훔쳤다. 며느리는 서른네살이었고, 시어머니는 쉰여덟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