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39) 제2부 대정변

지에코는 그날 집안의 아녀자들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시누이가둘이었고,딸이 다섯이었으며,그밖에 일가친척이 열두사람이나 있었다. 그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설령 속으로는 입성을하거나 피란을 갔으면 싶었더라도 입밖에 내어 그 말을 할수가 없었다.이름있는 무사 가문의 법도란 서슬이 퍼런 그런 것이어서,일단 윗사람이정한 일이면 아랫사람들은 싫어도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일가친척 가운데는 더러 그렇게 마지못해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하는 사람도있었지만,거의 모두가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며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가장의 명예를 위해서,그리고 가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기꺼이 그 결정을받아들이기로 이를 악물며 결심을 하는 것이었다. 지에코는 딸들 다섯을 한꺼번에 자기 방에 불러 앉혔었다. 장녀는 열여섯살이었고,차녀는 열세살,삼녀는 아홉살,그리고 사녀는 네살이었으며,오녀는 두살이었다. 두살짜리는 자기가 안고 앉아서 그녀는, "너희들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말을 잘 들어라. 지금 우리 아이즈번은."이렇게 말을 꺼내어 애들 할머니와 합의가 된 자결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말을 듣고 열여섯살짜리와 열세살짜리는 놀라 눈이 동그레지고 말았다.아홉살짜리도 약간 긴장된 표정이기는 했으나,아직 엄마가 한 말이 무엇을뜻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모양이었다."엄마,우리 셋푸쿠하는 거야?" 네살짜리가 손가락 한개를 입에 물고 빤히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응" 지에코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야,신난다!"소리를 지르며네살짜리는 방글방글 웃었다. 그러자 엄마의 무릎에 앉은 두살짜리도 덩달아, "하하하."재미있다는 듯이웃었다. 지에코의 두 눈에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애써 그 눈물을 가라앉혀 버리고는 첫째와 둘째만을 향해서, "기꺼이 할머니와 엄마를따르는 거지?"하고 다짐을 받듯 물었다."예,따르겠어요""나도요" 첫째와 둘째가 대답하자,아홉살짜리는, "엄마,나도 따르는 거지?"하고 오히려 반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