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41) 제2부 대정변

나카지마노부유키(중도신행)가 이끄는 관군의 한 선봉부대였다. "집이 으리으리한걸 보니 가로의 저택임에 틀림없어" "집안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모두 입성을 한 모양인데..." 사무라이들은 총질을 멈추고 대검을 빼들고서 떠들어대며 저택의 복도를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이크, 이게 뭐야?" 맨 앞장서 가던 사무라이가 깜짝 놀라며 주춤 멈추어섰다. 뒤따르던 사무라이들도, "야- 이거 이거..." "으으- 끔찍해" "맙소사. 맙소사..." 모두 눈들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나카지마가 부하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호- 굉장하군" 딱 벌어진 입이 쉬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죽어 나둥그러져 있는 여자들의 시체가 얼른 보기에 마치 마귀들 같았다.칠흑같은 머리들을 풀어헤친데다가 온몸이 피에 휘감겨 있는데, 얼굴들은하나같이 모두가 하얗질 않은가. 죽기 전에 화장을 한 것이었다. 여기저기 거울이 세워져 있는 것이 그앞에 앉아서 얼굴에 분을 뽀얗게 바르고,눈썹을 새카맣게 그리고 입술은 새빨갛게 칠했던 것이다. 여자로서의 마지막 화장이어서 그런지 그 색깔들이 유난히 짙었다. 그리고 향불을 피우고서 스스로 연약한 목숨줄기를 비수로 끊어 한많은이승을 하직했던 것이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어서 집안은 어둡스레했다. 그래서 하얀 얼굴들의시체는 더욱 괴기스럽고, 으스스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디선지, "으음-"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카지마는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서는 느낌이었다. "누구야? 살아있나?" "아아-"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였다. 내실 쪽이었다. 나카지마는 대검을 쥔 손에 불끈 힘을 주며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방안에 크고 작은 여섯 개의 시체가 늘어져 있는데, 그가운데 하나가꿈틀거리면서 멀뚱히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귀기가 서린 듯한 희멀건눈이었다. 등줄기에 싸늘한 소름이 좍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나카지마는 버르르몸을 떨었다. 열여섯살 먹은 큰딸 다에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