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강화] (36) 유럽 (3) 네덜란드 필립스사

유럽전자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벤 헤르츠 그룹홍보부장은 필립스사가 연구개발에 부여하고있는 철학을 이렇게말한다. "연구와 개발, 소비자들의 반응을 피드백함으로써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필립스의 전략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 세계 전자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있는 비결입니다." 치열한 세계전자제품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립스의 혁신은 불황이 시작되던 지난 90년7월 얀 팀머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팀머회장의 취임 제일성은 "소비자지향 품질혁신 비용절감"이었다. 헤르츠부장의 표현처럼 "문화적 충격"이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필립스는 의사결정권이 하부로 대폭 이양됐고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접근하기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전세계적으로 40만명에 달하던 종업원수를 25만명으로 줄이고 컴퓨터등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부문은 과감히 도려내는 재편노력이 따랐다. 뒤를 보지않는 대신 미래를 준비하는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이에 따라연구와 개발 판매부문간의 협력관계가 크게 강화되는 전기를 마련했던것이다. 본사가 위치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을 정점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등5곳에 위치한 필립스의 연구센터는 기초과학기술을 창조해 낸다. 세계20여개소에 흩어져 있는 개발센터는 연구센터의 연구결과를 토대로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개발종사자만해도 3만여명에 달한다. 세계60개국의 판매법인과 1백50개국에 진출해 있는 판매망은 새상품에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감지하는 신경망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필립스는 1만여건의 발명과 6만여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연구센터의 연구결과는 시너지효과를 기대, 철저하게 그룹전체계열사들이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야만 계열사별로 필요한 기술을 혼용,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낼수있기때문이다.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개발센터는 판매부문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현지소비자들의 서로 다른 취향을 반영하는 상품의 현지화를 실행하고 있다. 필립스는 애써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라이선스를 통해 다른 경쟁업체들과공유하는 것을 기피하지 않는다. CD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냈던 필립스는소니와 공동작업을 했다. DCC는 일본마쓰시타와,CDi는 미국의 코닥사와함께 개발했다. 그러나 핵심기술인 디지털기술은 당연히 필립스소유다. 파이예르부장은 애써 개발한 기술을 경쟁업체들에 이전하는 것은 "초기단계에서 생산망을 확산함으로써 일출효과(spill-over)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시장에서 동업자들을 가능한 많이 끌어들여 자신들의 기술이 시장지배력을 조기에 장악토록 하려는 계산이다.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내면 되고 그럴 능력을 충분히갖추고 있다"는 파이예르부장의 말은 그만큼 비장의 카드가 수북이 쌓여있다는 얘기다. 92년에 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필립스는 마침내 작년에 4억4천만달러의 순익을 내면서 90년이후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줄 수 있게 됐다. 필립스의 쉬지않는 혁신노력이 유럽산업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