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한국기업의 혁신-현황과 과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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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기업을 둘러싼 국내의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빠른기업"만이 살아남을수 있는 진정한 "기업전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속도에 따라 어제의 초일류기업이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는부실기업이 되기도 하며 이름없던 기업이 불과 몇년만에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런와중에서 꾸준히 초일류기업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혁신으로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성공적인 경영혁신 이면에는 기술 인재 자금등에서 나름대로의 독특한장점도 있었지만 성공의 핵심요인이라 할수있는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 매우 신속하다는 점이다. 경영혁신이 대표적인성공사례로 꼽히는 제너럴 일렉트릭은 현 회장인 웰치가 취임한 지난 81년부터 대대적인 혁신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은 위기감을 느낄만큼 절박한 상황에 있지 않았다. 돈이 남아돌아 걱정할 정도로 탄탄한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일본경쟁사들의 공격도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웰치회장은 다가올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선견지명을발휘했다. 첨단산업 서비스업등 유망한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사업재구축을단행했으며 대대적인 감원을 동반한 조직의 단순화작업을 병행했다. 그결과 현재 제너럴 일렉트릭은 세계 최고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우량기업으로남아있다. 최근에 와서야 경영혁신에 착수한 필립스등 다른 전자회사들과비교해 큰 대조를 이루고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전략목표가 단순명료하여 전사원의 공감대 형성이 용이했으며혁신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결과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수 있었다는점이다. 앞서 예를 든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우 사업재구축의 목표가 "세계1위 또는 2위"였다. 각 사업마다 해당업종에서 세계1위 내지 2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과감히 도태시킨다는 것이다. 이 원칙하에 사업재구축을 시작한지 불과 5년만에 무려 2백32개의 사업을 매각하고 3백38개의 사업을 인수하는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작년 미국 포천지에 의해 미국내 최우수 전자업체로 선정된 모토로라의품질향상운동은 목표의 단순명료함과 혁신의 구체성이 극에 달한 느낌을준다. 지난 87년부터 모토로라는 이른바 "6시그마품질"(Six Sigma Quality)을 내세우고 있다. 즉 제품의 불합격을 통계학상 6시그마 이내로 낮춘다는 것이다. 6시그마 수준이면 어지간한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중에서 단 한개의 오자만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모토로라는 10만개당 4개의 불량품이 나오는 5.4시그마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수출품 1백개당 약 2.5개의 불량률을 나타내는 우리나라 실정과 비교해보면 세계 초일류와 우리의 격차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절감하게 한다. 성공적 경영혁신의 세번째 공통점은 혁신의 지속성이다. 잘 계획되고추진되는 혁신이라 할지라도 혁신의 결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려면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혁신의 과정이 아무리 빨라도 뚜렷한성과가 있기까지는 적어도 5년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일과성으로 행하는혁신이나 용두사미식으로 약해지는 혁신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든것이다. 스카치 테이프로 유명한 스리엠(3M)은 오래전부터 "15%룰"이라는 창의성제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5%룰"이란 모든 사원으로 하여금 근무시간중 15%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무관한 연구를 할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었지만 자금지원폭을 확대하는등 지속적인 노력을 한 결과 많은 성공체험을 했다고 한다. 요즘 사무실에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포스트잎"은 "15%룰 운동"의 결실중 하나이다. 끝으로 혁신의지가 투철했다는 점이다. 훌륭한 혁신전략을 세우고, 빠르고지속적인 혁신활동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의지가 전사원에공유되어야만 한다. 혁신에 성공한 모든 기업들이 사업재구축 조직개편등과함께 조직원들의 의식개혁운동을 동시에 추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초일류기업들은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서 경영혁신을 하고 있다. 사업이나 조직에 관한 기본적인 개혁작업을 끝내고 이제는 국제화 정보화등각논적인 혁신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혁신의 속도나 구체성에서도우리보다 앞서 있다. 또한 우리기업들은 그들이 이미 겪었던 혁신에 따른 부작용을 이제부터 감내해야만 한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첨예한 노사갈등이 있었으며 때론 새로 뛰어든 사업에서 쓴잔을 마시는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최근 우리기업들도 부쩍 경영혁신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느낌이다.짧은 혁신의 연륜에 비해서는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초일류기업들의 행보를 보고있노라면 우리기업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기감을 느끼고 몇배 더 강도높고 속도 빠른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