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자금사정 호전 불구 부도기업은 증가세

경기가 이미 회복국면을 지나 확장세를 보이고 시중의 자금사정도 풍성한 편인데도 기업들의 부도가 줄을 잇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1~3월) 전국에서 어음.수표를 결제하지 못하고 부도를 냄에 따라 당좌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모두 2천3백57개로 경기가 침체국면을 보인 작년같은 기간의 2천3백27개에 비해 30개가 늘어났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당좌거래정지업체 수가 1천4개로 2월의 6백47개는 물론 지난해 3월의 8백99개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어음부도율(금액 기준)도 지난 1월 0.13%에 이어 2월과 3월에는 각각 0.14%로 높아져 1.4분기중 평균 0.14%를 기록,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에 있던 작년 동기의 0.12%보다도 0.02% 포인트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같은 부도율은 지난해 4.4분기에 비해서는 0.01% 포인트 정도 낮아진 수준이나 결제수요가 몰리는 연말에는 부도율이 올라갔다가 연초에는 크게 떨어지곤 하는예년의 추세에 비추어 올1.4분기의 부도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더욱이 작년 4.4분기 이후 경기의 확장국면이 두드러지고 있어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고 시중 자금사정의 호조로 실세 금리가 매우 안정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도 부도기업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구조조정 등으로 한계기업의 도산이 줄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겨우 지탱하다가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많은 데다 은행들이 자금여유가 있으면서도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자금지원을 기피하는 선별융자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도율이 떨어지지 않는 요인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