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462)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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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오"하고 에노모토는 약간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역시 통역이 필요없이 이번에는 프랑스어였다. 그는 네덜란드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프랑스어도 할 줄 알았다. 수재형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독립국가 건설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까?"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소. 물론 쉬운 일도 아니겠지요. 아시다시피이곳 홋카이도는 커다란 섬이오. 그리고 대부분이 아직 황무지로 남아있소.독립국가를 세우기에 안성맞춤이오. 정권을 세워 그 황무지를 개척해 나가면능히 한개의 국가가 되리라 믿고 있소.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오. 여러 서양나라들이 승인을 하면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앞으로 여러분들과 그 문제에 대해 많은 협의를 해나갈 생각이오. 아무쪼록우리를 지지하여 밀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오" 그러자 이번에는 영국 해군 함장이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우리 서양나라들의 승인보다도 먼저 일본 신정부의 승인이있어야 될것 같아요. 신정부가 용납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곳이 섬이라고하지만 버티어 나갈수 있겠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소. 국제적인 승인이 있으면 신정부도 도리없이 승인을 하게 될 것이오. 여러분 나라의 의사를 거스르고 신정부가 끝까지 우리를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지는 않을 거요. 그리고 우리도 독립국가를 건설한다고 해서 신정부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니까요.어디까지나 우리는 같은 일본민족이니까, 공생공영을 도모해야지요. 이곳 홋카이도는 황무지와 다름없는 땅이오. 그런 땅을 개척해서 북방의 방어를 튼튼히 하는데 힘쓰면 신정부에게도 해될게 하나도 없지 않소. 섬을 완전히장악해서 정권을 수립하고 나면 우리는 신정부측에 그런 뜻을 적어 탄원을 할 생각으로 있소" 노오란 두 눈에 여전히 냉소 비슷한 엷은 웃음을 살짝 띠고서 듣고있던 영국 영사가 불쑥 말했다. "공순의 뜻을 나타내는 탄원이 아니라, 독립을 인정해 달라는 탄원이군요.맞죠?" "예, 그렇소" "그 탄원이 받아들여질것 같습니까?" "두고 봐야겠지만 안 받아들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오. 신정부측에도 덕이 되면 됐지,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만약 안 받아들여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